법원 "실제 발병자 없고 결함 증거 부족"
소송비용은 제약사 부담…"불안감 인정"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희귀암 발병 우려가 제기된 제약사 엘러간(현 애브비)의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소비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이정재)는 김모씨 등 114명이 엘러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09년부터 유방확대술이나 유방재건술을 받으며 엘러간의 '바이오셀(Biocell)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당 보형물과 희소 암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엘러간은 제품을 회수했고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보형물과 유방 확장기를 회수했다.
원고들은 엘러간이 보형물의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조상·설계상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거나 경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험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주장도 폈다.
미국에서 보형물 판매 허가를 받은 뒤 부과된 사후 임상시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원고들은 엘러간에 각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제품에 결함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보형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보형물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2020년 3월부터 6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원고들 중 실제로 BIA-ALCL이 발병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고 의심된다는 취지의 진단을 받은 사람도 특별히 없어 보인다"며 "해당 보형물로 인해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엘러간이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엘러간이 사용 설명서와 주의사항 등에 BIA-ALCL 관련 내용을 기재하고 지속적으로 표시·경고한 것으로 판단했다. 보형물의 품질이나 성능 등에 관한 허위·과장 광고가 있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소송비용은 엘러간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보형물로 인해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볼 수 있고 사건 특성상 당사자 사이에 증거의 구조적 편재와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1월 다른 소비자 200여명이 엘러간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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