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부티 미군기지 옆에 ‘도·감청 귀’ 쫑긋 세웠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9.27 07:07  수정 2026.09.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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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부티 군사기지에 통신장비 증설해 도·감청 능력 제고

지부티에는 中 외에 美·佛·日·伊 등 5개국 군기지 자리잡아

中 기지, 美軍기지 캠프 르모니에와는 불과 12㎞쯤 떨어져

中 해외 군사거점, 중동·아프리카 외국군 감시 전진 기지로


2017년 11월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이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차이나데일리/연합뉴스

중국이 아프리카 동북부 지부티에서 운용하고 있는 군사기지의 통신시설을 대폭 확충하면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군사기지는 아덴만과 홍해에서 이뤄지는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 작전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중국군이 이 지역의 외국군 작전동향에 대한 감시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군이 지부티 군사기지에 신규 안테나와 위성통신 장비 등을 증설해 중국의 신호정보 수집능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까닭에 중국의 첫 해외 군사거점이 단순한 함정 보급기지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를 감시하는 전진기지로 진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세계 해상무역의 주요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지부티는 코뿔소 뿔처럼 돌출한 지형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불린다. 면적이 경상북도(1만 8400㎢)의 1.25배에 해당하는 2만 3000㎢로 인구는 100만명 정도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외인부대 주둔지였던 지부티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분쟁에 신속 대응할수 있다는 장점과 세계 최대 원유 수출로 가운데 하나인 수에즈 운하의 관문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앞바다인 아덴만에 수시로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과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과의 전쟁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는 지부티 군사기지에 홍해와 인도양에 대한 ‘군사굴기’(崛起) 본격화를 천명한 중국이 통신장비 등 군사시설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아프리카와 중동을 향한 미·중 간의 치열한 전력투사 근거지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부티 군사기지에 대해 해군 호위와 평화 유지, 인도주의 임무를 지원하기 위한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국방부는 “2008년 이래 21차례에 걸쳐 60여척의 함정을 아덴만, 소말리아 해역에 보내 항해안전 수호임무를 수행해오는 과정에서 부대들이 정비, 식량·연료 보급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 기지는 국제 평화유지 활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해외에 건설한 지부티 군사기지. ⓒ 중국 인민해방군/뉴시스

이 기지는 2017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아덴만과 홍해에서 이뤄지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작전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더욱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이란, 미국, 이스라엘 등의 분쟁으로 역내 군사 활동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 기지를 통한 정보수집의 전략적 가치도 커졌다는 게 CSIS의 분석이다. 중국군 기지 규모는 약 36㏊(약 3만 6000㎡)로 알려졌다.


위성사진 분석 등에 따르면 4층 규모의 병영시설과 길이 1200m 규모의 헬기 운용 공간, 함정·헬기 정비시설, 격납고, 화물·군수품 저장시설 등이 들어섰다. 지하에는 2만 3000㎡에 달하는 대형 시설도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하는 중국군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육전대(陸戰隊·해병대) 병력 2000여명이 장갑차·고속정 등과 함께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2024년 중반 이후 지부티 군사기지 안에 통신시설 단지 2곳을 건설했다. 단지 2곳 중 규모가 더 큰 곳에는 ▲높이 30m가량의 고주파(HF) 안테나 3기 ▲초단파·극초단파(VHF/UHF) 안테나 2기 ▲방향 조절이 가능한 위성 안테나 3기 ▲5G 안테나 배열 추정 장비 4기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장비를 덮은 레이돔 1기가 각각 설치됐다.


또 다른 단지에는 고주파 안테나 2기와 레이돔 1기가 있다. 국방연구기업 퍼셉텀의 티머시 히스 대표는 “이 군사시설들이 일단 중국군 병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역내 중국 함정·항공기·병력과의 통신을 개선하고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새 통신장비들을 이용해 외국군 통신을 감청하거나 신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해외에 건설한 지부티 군사기지. ⓒ 중국 인민해방군/뉴시스

해군기지로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대형 부두다. 건설된 부두는 450m 규모로 여러 척의 군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중국 항공모함의 접안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부티 중국 군사기지의 부두가 항공모함을 접안할 수 있을 정도로 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헬기와 무인기 운용 능력도 갖췄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이 기지에는 헬기와 무인항공기(UAV)를 위한 8개의 격납고가 있으며, 해군 함정의 정비 및 군수지원 시설도 마련돼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의 지부티 기지는 당초 해적퇴치와 함정 보급을 위한 후방지원 시설에서 출발했지만 대형 부두와 헬기·무인기 시설, 장갑차 전력에 이어 고주파·위성통신·5G 등 첨단 통신망까지 갖추면서 중국 해군의 장거리 작전을 지원하는 전진 군사거점이자 중동·아프리카의 군사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 거점으로 성격이 확대됐다고 CSIS는 분석했다.


지부티에는 중국 외에도 미국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최소 5개국 군사기지가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지부티 내 미군 기지 캠프 르모니에는 중국군 기지와의 거리가 불과 12㎞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티 남부 암볼리 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캠프 르모니에는 2001년 ‘9·11 테러’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등을 겨냥한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세워진 아프리카 내 최대의 미군 기지다.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산하 합동특수임무부대 소속 특수부대(SOF), 해병대 등 4000여 명의 미군 병력과 HC-130P 허큘리스 수송기, CH-53 중무장 헬기, PC-3 오라이언 대잠초계기 등이 배치돼 있다. 이 기지에는 소말리아와 예멘, 수단 등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파견대가 운영하는 프레데터 드론(무인기) 작전센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아프리카 지부티 북부 오보크의 마르카지 난민촌에서 예멘을 탈출한 사람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소말리아와 예멘, 수단 등을 작전권으로 하는 캠프 르모니에는 외인부대 철수 후 사실상 방치되어 오다가 미국이 2001년 9·11 사태 직후 이슬람 과격주의 무장세력과 해적 소탕 작전 등에 집중하기 위해 지부티 정부로부터 10년 임대해 사용해왔다. 미국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지부티 정부로부터 시설 현대화 등에 필요한 기지 확장 협정(5년 기한)을 체결해 이 기지를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내 최대의 군사기지로 바꿨다. 미국은 이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7000만 달러(약 955억원)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지부티는 2013년 프랑스의 말리 군사 개입 직전까지는 아프리카 내에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군사기지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한 이슬람 과격 무장 세력이 서북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말리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정정불안이 이어지자 프랑스는 이듬해 3000여명의 지상군과 특수부대를 전격적으로 투입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지부티 프랑스 군사기지에는 외인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1500여명의 병력과 장갑차, 헬기, 고속정 등이 배치돼 있다. 이곳에는 사막전 등을 전문으로 하는 훈련소도 있으며, 이 훈련소는 프랑스군 뿐만 아니라 미군도 종종 이용한다. 지부티에 배치 프랑스군은 소말리아 해적 소탕, 콩고 내전 등에 참가했다.


일본은 2011년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 군 기지를 지부티에 세웠고 이탈리아는 2013년 지부티에 군 기지를 건설했다. 일본은 아덴만 등에서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국제 작전에 참가 위해 2011년 7월 지부티에 자위대 소속 600명의 병력을 배치해 국제공항 인근의 기지를 운용 중이다.


ⓒ 자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은 앞서 2009년부터 소수의 전문 인력을 캠프 르모니에 미군 기지에 배치해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교도통신은 이 기지 운영을 통해 일본은 해마다 3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자위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탈리아 아데메오 길레 군사기지는 2012년 12월부터 가동·운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군의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작전을 지원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100명의 이탈리아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도 지부티 내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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