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도 잘못 주면 뇌물?…현행 청탁금지법 살펴보니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9.23 13:57  수정 2026.09.23 13:58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식비·일반 선물 5만원…농수산물은 명절 30만원까지

직무 관련 금품은 대가성 없어도 금지…뇌물죄와 구분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명절이면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늘어난다. 하지만 받는 사람이 공직자라면 선물의 가격뿐 아니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직무 관계부터 따져봐야 한다. 금액이 허용 범위 안에 있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받은 금품이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어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는 행위를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금지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등의 목적이 인정되는 일정 범위의 음식물과 선물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시행 초기 식비는 3만원·선물은 5만원·경조사비는 10만원이었던 기준도 일부 조정됐다. 현재 음식물과 선물은 각각 5만원까지 가능하다. 경조사비는 축의금·조의금이 5만원까지 허용되며 화환·조화는 10만원까지 가능하다.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은 15만원까지 허용되고 명절 기간에는 30만원까지 가능하다. 이번 추석에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이 기준이 적용되며 택배 등으로 보낼 경우 발송일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금액 기준 안에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선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가액 범위 안에서도 선물을 줄 수 없다. 인·허가를 신청한 민원인이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 공직자의 인사·평가·감사 대상자 등이 대표적이다.


직무 관련성은 단순히 친분이 있느냐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성을 형법상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공직자의 직무가 금품 제공자의 업무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인지 등을 따지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 지인에게 5만원짜리 선물을 주는 것과 자신의 인·허가를 심사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같은 금액의 선물을 주는 것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특히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실제 청탁이 없었거나 선물이 특정 직무의 대가가 아니더라도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가 제한된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 금품을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규제한다. 반면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했는지를 따진다. 뇌물죄 역시 특정한 청탁이나 개별 직무행위와의 구체적인 대가관계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따라서 직무 관련 금품수수가 곧바로 형법상 뇌물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성을 갖는다면 청탁금지법 위반과 별개로 형법상 뇌물죄도 성립할 수 있다.


명절 선물을 둘러싼 청탁금지법의 핵심은 단순히 '얼마짜리인가'에 있지 않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에서 왜 선물을 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금액이 허용 범위 안에 있더라도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면 선물을 줄 수 없고, 금품과 공무원의 직무 사이에 뇌물성이 인정되면 형법상 뇌물죄까지 문제될 수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