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짧은햇님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국내 일부 먹방 유튜버들이 수익 창출 중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를 들어 구독자 44만 명을 보유한 ‘살빼조’는 “최근 유튜브가 폭식과 섭식장애 관련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관련 영상을 올린 채널에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현재 채널의 수익 창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전성기를 구가하던 먹방계에 혼란이 시작됐다. 혼란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 유튜브 측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측은 섭식장애를 조장하거나 위험한 식습관을 모방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를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 세부 규정을 통해 최저 체질량지수(BMI) 또는 체중 공개, 지나치게 마르거나 수척한 신체 노출, 체중 감량 수치 반복 확인, 폭식 또는 음식 은닉·사재기 언급, 극단적 열량 결핍을 유발하는 운동 등을 규제 대상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규제 대상으로 열거된 것들 중에 ‘폭식’이라고 언급된 부분이 먹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먹었을 때 폭식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가 애매한 부분이다.
단순 시식, 맛집 탐방과 후기 같은 통상적인 먹방 콘텐츠는 허용하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는 등 과도한 섭식 행동을 조장, 모방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수익 창출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대식은 되지만 폭식은 안 된다고 하는데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선 대식과 폭식의 경계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많은 먹방 콘텐츠가 맛집 탐방이나 유명 음식 시식의 포맷으로 만들어지는데 괜찮은 맛집 탐방과 부적절한 탐방을 어느 기준으로 분류한단 말인가?
유튜브 측이 자의적으로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런 판단 사례들이 쌓이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윤곽이 드러날 걸로 보인다. 그렇게 정리가 될 때까지는 국내 먹방 유튜버들이 혼란 속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유튜버 ‘미소’는 어떻게 될지 몰라 영상 339개를 삭제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현재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유명 먹방 채널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애매하고 혼란스럽다는 문제는 있지만 무분별하게 확산되던 먹방에 한 번 쯤은 브레이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먹방은 지난 2009년 경에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시작됐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먹방 제작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처음엔 음식을 조금 많이 먹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양을 먹어치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한국의 먹방 붐은 해외에까지 알려지면서 먹방 한류스타까지 탄생했다. 먹방이란 단어가 영어권에서 그대로 통용될 정도로 먹방은 한국의 유명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먹방 개인방송 제작자들이 돈도 많이 벌고 스타까지 되자 이를 선망하는 10~20대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폭식 영상을 만들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게 됐다.
사람이 물리적으로 먹을 수 없는 양까지 먹기 때문에 먹다가 뱉어내고 다시 먹는다는 ‘먹뱉’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해외에선 한 폭식 콘텐츠 유튜버가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들이 사회문제가 되자 유튜브 측이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된 건 주로 먹방 쪽이지만 그 외에 다이어트와 몸매 등을 내세우는 콘텐츠도 문제가 될 것 같다. 가이드라인 세부 규정에 ‘지나치게 마르거나 수척한 신체 노출, 체중 감량 수치 반복 확인, 극단적 열량 결핍을 유발하는 운동’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영상 매체에 의한 다이어트 강박도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적게 먹는 영상들이 모두 해당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불분명한 기준 때문에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번쯤 브레이크가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가벼운 오락용 영상마저 규제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는 대목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가 비만 조장 문화 환경을 개선한다며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알렸다가 이것이 ‘먹방금지안’이라는 비난이 들끓자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
이번엔 비슷한 취지의 일을 외국계 사기업인 유튜브가 시도하는 것인데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먹방 제작자들은 당분간 혼돈 속에서 눈치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