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배터리 '전고체' 첫 무대가 자동차 아닌 로봇인 이유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9.28 06:00  수정 2026.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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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 초기 적용처로 휴머노이드 로봇 부상

배터리 적게 쓰는 로봇, 비싼 전고체 부담 상대적으로 작아

삼성SDI 2027년 하반기 양산 목표, 소재사까지 동반 준비

kWh당 400~600달러 가격 장벽은 여전한 변수

전고체 배터리. ⓒ포스코그룹 뉴스룸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는 오랫동안 전기차의 것이었다. 불이 잘 나지 않고 더 멀리 가니 자동차에 먼저 들어가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요즘 첫 고객 자리가 조용히 바뀌어 있다. 예상 밖의 주인공은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들며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2시간짜리 일꾼, 배터리가 발목을 잡는다


주요 휴머노이드 로봇의 배터리 사양. ⓒ포스코그룹 뉴스룸

전고체 배터리는 그동안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화재 위험을 낮출 기술로 주목받았다. 같은 크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으면서도 안전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조건이 더 절실한 쪽은 오히려 로봇이다. 전기차는 바닥 전체를 배터리로 채울 수 있지만, 로봇이 쓸 수 있는 자리는 사람 몸통만 한 공간뿐이다. 게다가 로봇은 전원선에 묶여 있을 수 없다. 콘센트를 꽂은 채 공장을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배터리가 버티는 시간이 곧 근무 시간이 된다.


지금 휴머노이드는 한 번 충전으로 2~4시간 움직인다. 테슬라 옵티머스 Gen2는 2.3kWh 배터리로 동적 보행 기준 2시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는 3.7kWh로 4시간 수준이다. 공장 교대 근무는 8~12시간이다. 사람 한 명 몫을 하려면 하루에 배터리를 두세 번 갈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걷고 팔을 뻗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마다 관절 모터 수십 개와 인공지능(AI) 연산이 동시에 돌아간다.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배터리를 키우면 그 무게를 들고 걷느라 전기를 더 쓴다. 사람 옆에서 일하니 안전도 타협 대상이 아니다.


전기차가 배터리 값을 깎는 싸움이라면 휴머노이드는 좁은 공간에서 밀도를 짜내는 싸움이다. 전고체가 겨냥하는 지점이 여기다. 전해질이 고체라 분리막 역할까지 겸하고 그 분리막이 있던 자리를 활물질로 채울 수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여기에 음극 소재를 최소화하는 무음극 기술까지 결합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시장은 전고체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를 글로벌 로봇업체 6곳 이상에 공급하며 차세대 모델의 사양과 양산 시점을 협의하고 있다. 금속 캔이 셀을 감싸 충격에 강하고 규격이 표준화돼 공급이 빠르다는 점이 원통형의 강점이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 7월 울산에 2040년까지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차세대 배터리 양산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회사는 로봇을 전고체의 주요 적용처로 꼽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에 연 3만대 규모 로봇 생산체제를 세우고 아틀라스를 자사 공장에 2만5000대 이상 투입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3세대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종류별 가격 영향 비교. ⓒ 포스코그룹 뉴스룸

기술적 장점과 시장의 기대에도 전고체 배터리가 곧바로 상용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양산 공정 문제를 빼고 보더라도 높은 비용이라는 장벽이 남아 있어서다.


내년 전고체 배터리의 초기 양산 및 파일럿 단계 가격은 kWh당 400~600달러로 추산된다. LFP 팩 81달러, 삼원계 팩 128달러와 견주면 서너 배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가격을 대당 5000달러로 놓고 계산했을 때 삼원계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LFP로 바꿔도 로봇 가격은 1.9% 떨어지는 데 그쳤다. 대당 배터리 사용량이 적은 탓에 전기차만큼의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고체를 적용하면 로봇 가격은 14~17% 오르고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도 20~24%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가 보는 로봇의 적정 배터리 원가 비중은 10% 안팎이다. 액추에이터와 그리퍼, AI 반도체까지 돈 들어갈 곳이 줄줄이라 배터리에만 몰아줄 수 없다. 성능 개선을 감안해 15%까지 허용한다고 해도 전고체 값이 kWh당 350달러까지는 내려와야 셈이 맞는다.


중국이라는 변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의 용어와 분류를 정한 국가 표준안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표준부터 쥐는 방식은 LFP에서 이미 한 번 겪었던 터라 국내 업계가 예민하게 보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다. 로봇이 전고체를 감당할 만큼 비싸게 팔릴 것인가, 아니면 전고체가 로봇에 맞춰 싸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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