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가격 부담스럽다면…4300만원 LPG의 영리한 타협 [시승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9.26 07:00  수정 2026.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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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LGP트림 시승기

플레오스 커넥트 등 신형 핵심 변화 그대로

소재·일부 편의 기능 덜어 가격 부담 낮춰

240마력 3.5ℓ 엔진, LPG차 잊게 하는 주행

더 뉴 그랜저 LPG 모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차 그랜저가 국산 대중차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는 말도 이제는 조금 어색해졌다. 올해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오면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고급 편의사양을 대거 품었지만, 가격도 수입차 못지않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LPG트림 만은 최대 6500만원까지 치솟은 그랜저가 여전히 어색한 이들을 위한 선택지로 남았다. 살짝 부족한 신기술, 살짝 아쉬운 연비를 제외하면 넓은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은 그대로 챙기면서 ‘실속형 플래그십’에 가까워졌다.


LPG 모델의 장단점을 직접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시승 모델은 더 뉴 그랜저 LPG 3.5로, 가격은 4331만원이다. 풀옵션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2000만원가량 낮다.


더 뉴 그랜저 LPG 모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외관만 보고 LPG 모델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건 LPG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적어도 외관에선 6500만원인지, 4500만원인지 알 수 없으니, 콧대 높아진 플래그십 국산차의 하차감을 맘껏 누릴 수 있겠다.


베젤 없이 얇고 길게 뻗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 길어진 프론트 오버행이 만든 ‘샤크 노즈’ 형상까지 가솔린 모델과 같다. 차체를 낮고 넓어 보이게 하는 전면부 덕분에 도로 위 존재감도 여전하다.


측면에서는 방향지시등을 품은 펜더 가니쉬가 전면부의 조명 이미지를 뒤쪽까지 이어간다.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해 지붕도 매끈하게 다듬었다. 연료가 LPG라는 이유로 디자인에서 별도의 표시를 내거나 플래그십의 격을 낮추지는 않으니, 가성비 실속파에겐 더없이 감사한 부분이다.


더 뉴 그랜저 LPG 모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차이는 문을 열었을 때부터 조금씩 드러난다.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상위 사양에서 볼 수 있는 스웨이드와 고급 내장재 대신 패브릭과 비교적 평범한 소재가 실내 곳곳에 쓰였기 때문이다. 가격에서 이미 각오했지만서도, 손끝에 닿는 감촉과 시각적인 화려함에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신형 그랜저를 타고 있다는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온전히 남겼다. 여유로운 좌석과 넓은 실내, 수평으로 펼쳐진 안락한 디자인은 LPG 모델에서도 같다. 소재에서 비용을 덜어냈을 뿐 그랜저 특유의 공간과 편안함까지 줄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랜저가 아닌 차를 타는 기분이 들 정도는 아니다. 널찍한 실내와 여유로운 좌석, 가구를 연상시키는 수평형 디자인은 그대로다. 소재의 차이는 있어도 그랜저 특유의 넓고 편안한 공간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더 뉴 그랜저 LPG 모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무엇보다 실내 한가운데 놓인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신형 분위기를 확실하게 끌어올린다. 이번 부분변경의 상징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LPG 모델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차량 설정을 큼직한 화면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화면을 나눠 여러 정보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게임 등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것도 가능하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비서 ‘글레오 AI’도 빠지지 않았다.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차량 기능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운전 중 떠오른 질문을 던지거나 여행 일정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단순한 음성 명령을 넘어 차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사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LPG 프리미엄 모델에서는 허공에 ‘글레오’를 호출하는 것만으로 글레오 AI를 깨울 수 없고, 스티어링휠의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야 대화가 가능하다.


버튼을 한 번 눌러야 한다는 불편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레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다. 풀옵션 하이브리드와 약 2000만원까지 벌어지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차이다.


LPG차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트렁크 공간도 크게 개선됐다. 도넛형 LPG 탱크를 트렁크 바닥 아래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배치해 과거 원통형 탱크처럼 적재공간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다. 유모차나 골프백, 여행용 가방을 싣는 일상적인 용도로 충분하다.


더 뉴 그랜저 LPG 모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실내에서 가격 차이를 확인했다면 도로에서는 오히려 LPG 모델과 다른 그랜저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이 가솔린 모델보다 다소 느리다는 점을 제외하면, 연료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러운 주행실력을 자랑한다.


3.5ℓ LPG 액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kgf·m를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수치만 놓고 봐도 덩치 큰 플래그십 세단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지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별다른 머뭇거림 없이 속도를 높이고, 추월이나 고속도로 합류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답답함을 남기지 않는다. 과격하게 몰아붙이는 차는 아니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꾸준하고 매끄럽게 힘을 꺼내 쓰는 듯 하다.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LPG 모델에는 연료 특성상 엔진 소음과 진동이 적은 데다 그랜저에는 노면 소음을 상쇄하는 능동형 주행 소음 저감 기술과 흡음 타이어가 적용됐다. 속도를 높여도 실내로 파고드는 소음이 크지 않아, 가성비 있는 가격임에도 그랜저의 플래그십 자존심은 지켰다.


장점은 뒷좌석에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가속과 감속 과정이 매끄럽고 노면의 충격도 부드럽게 걸러내 동승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연료 종류를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면 LPG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8.1km/ℓ. 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7.7km/ℓ다. 숫자만 보면 3.5 가솔린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크게 낮지만, LPG 가격이 휘발유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연료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깃

-그랜저는 타고 싶지만 6000만원은 쓰기 싫다면

-모습은 플래그십, 견적서는 실속형을 원하는 당신


▲주의할 점

-가격과 함께 덜어낸 고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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