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통 車업체 비용절감·생산 축소 확산
中전기차 최고 45.3% 관세…BYD·체리 등 현지생산 가속
새 공장 대신 기존 생산시설 활용…유럽 車산업 빈자리 노려
EU가 관세 높이자 '중국산' 대신 '유럽산 중국차'로 우회
폭스바겐 로고 ⓒAFP=연합뉴스
유럽 자동차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뒤집히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과 인력을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사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정반대로 유럽 내 생산거점을 넓히고 있어서다.
유럽연합이 관세와 현지화 정책으로 중국차를 밀어내려 할수록, 중국 업체들은 유럽 안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전 세계에서 약 5만명의 인력을 추가로 줄이는 내용의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기존에 진행 중인 약 5만명 규모의 감축까지 더하면 전체 감원 규모는 10만명 안팎에 달한다.폭스바겐그룹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특히 본고장인 독일 내 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4곳에 대해 2030년대 초부터 기존 생산모델의 배정을 순차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다. 대체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독일 전통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해 보쉬, 콘티넨탈 등 유럽 주요 완성차·부품업체들도 비용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안방인 유럽에서마저 중국 업체와의 가격·전동화 경쟁이 거세지며 수익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업체가 고전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유럽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시설 자체를 유럽 안으로 옮기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배에 실어 유럽으로 보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럽에서 직접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업체들이 이미 갖고 있는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기존 업체와 손잡고 남는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을 줄이는 상황이 중국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셈이다.
기존 공장을 활용하면 신규 공장을 짓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숙련 인력과 부품 공급망, 물류망까지 확보할 수 있다. 실제 BYD와 체리, 립모터, 지리, 둥펑 등이 유럽 내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됨
중국 업체들이 유럽 현지생산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EU의 높은 관세 장벽이 있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기존 10% 수입관세와 별도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BYD는 27.0%, 지리는 28.8%, 상하이자동차는 45.3%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국 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렸지만 EU는 이들 차량에 대한 추가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현지생산과 유럽산 부품 사용을 우대하는 정책까지 추진되면서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결국 유럽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높인 장벽이 역설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유럽 현지화를 앞당긴 셈이다. 중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던 규제가 중국 업체들을 유럽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유럽 안으로 끌어들이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단순히 유럽에서 자동차를 많이 파는 단계를 넘어 생산과 공급망까지 현지화하면 유럽 업체들이 받는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장벽에도 중국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유럽 안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이 역설적"이라며 "유럽 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남는 생산시설까지 중국 업체들이 활용하기 시작하면 폭스바겐 등 기존 업체들이 안방에서 받는 경쟁 압박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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