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없는 기업도시' 20년간 헛바퀴
文정부 기재부 1차관 출신 '부회장'
구자근, 관피아 논란에 "대가성 지원 수사 필요"
솔라시도 조감도 ⓒBS그룹
전남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의 RE100 산업 단지 추진 사업을 둘러싸고 특정 민간 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 및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관광·레저 중심의 기업도시 개발이 장기간 지연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 사업을 활용해 BS그룹의 토지·주택 등 개발 이익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은 22일 솔라시도 기업도시 개발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재정과 정책 지원이 민간 사업자인 BS그룹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과 수사를 촉구했다.
해남 솔라시도는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업도시 시범 사업으로 선정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계획에는 테마파크를 비롯해 마리나, 호텔, 골프장, 카지노, 주거·교육시설 등 대규모 관광·레저 및 정주 기능이 포함됐다. 이후 구성지구 역시 골프장을 비롯해 승마장, 종합스포츠센터, 호텔, 콘도, 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관광·주거·산업 복합도시로 계획됐다.
다만 2013년 도시조성 공사가 시작됐지만,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투자유치 및 주거, 문화, 레저 기능의 실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전남도의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기업도시의 가장 큰 한계로 '기업 유치의 어려움'이 지적됐다. 장기간 아파트가 들어서지 못한 점과 문화·레저시설 투자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왔는데, 즉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된 셈이다.
테마파크와 마리나, 숙박시설, 주거·교육시설 등 핵심 사업 대부분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F1 경기장의 경우, 조성은 됐지만 기반시설과 운영 여건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카지노 역시 계획에 그쳤다. 현재 골프장 정도만 대표적인 관광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사업 시작 20년이 지나도록 핵심 시설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개발 목적만 수차례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자근 의원은 "공공의 재정과 정책적 지원으로 도로·전력·산업 인프라와 각종 지원시설이 확충될 경우, 그 효과가 지역주민과 공공에 귀속되는지 봐야 한다"며 "대규모 토지와 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사업자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귀결되는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의원이 문제로 삼는 것은 'BS그룹'이다. 이 기업은 최근 솔라시도에서 산업용지를 공급할 계획을 공개하고 있으며, RE100 산업단지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를 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 이 기업에 고위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개발사업에 정부 정책과 공공재정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구 의원 측이 파악한 BS그룹 내 전직 고위공직자는 대표적으로 고형권 BS그룹 부회장이다. 고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바 있고,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구 의원은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결정 라인과 민간 개발 사업자의 관계에 대해 "국민적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S그룹 계열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시절 분산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문병철 전 분산에너지과장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솔라시도에는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있는데, 2019년 ESS 가중치 5.0을 산업통상자원부 분산에너지과로부터 인가받은 바 있다. ESS 가중치는 REC 수익을 얻기 위한 특정 시간대 집중 충․방전 방식으로 운영돼 계통 기여가 한정적이고, 과도한 REC의 발급이라는 지적으로 2020년에 4.0으로 하향한 뒤, 2021년부터는 폐지됐다.
구자근 의원은 "당초 관광·레저·문화·주거가 결합된 자족형 기업도시를 약속했지만 상당 기간 사업이 지연됐다"며 "이제 RE100과 AI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붙이는 과정에서 과거 사업의 미진한 부분은 덮어놓고, 민간의 토지 및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에 투입한 재정과 각종 정책적 지원이 지역 일자리와 주민 편익이 아닌 특정 기업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귀결되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해야 한다"면서 "전·현직 공직자와 사업자 간 이해충돌과 대가성 지원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며 국정감사에서도 진상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전체회의에선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기승 BS그룹 회장이 채택됐다. 구 의원은 이 회장을 상대로 솔라시도 기업도시의 추진 문제에 대해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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