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해병대 K-9 자주포 진지가 화염에 휩싸인 채 해병대원이 대응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지난 21일 최전방을 지키는 우리 군인 3명이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폭발로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중 두 명은 중상이라고 합니다.
정황상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매설한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뢰 폭발이 MDL에서 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지뢰 덧신을 신고도 중상을 입은 점, 북한과 우리가 사용하는 지뢰의 특성 등이 그런 분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철저한 원인 분석은 있어야 하겠지만, 사실이 확인된다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우리 군이,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미상 폭발’이라고 언급한 군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지뢰로 추정되는’ 정도로 조금 구체화 했을 뿐 지뢰의 출처가 어디인지 명확한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3명의 부상자 중 한 명은 중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상자를 2명으로 축소해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북 관계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감안한 것인지, 북한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22일 취임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이런 정부 기조에 충실한 듯합니다. 그는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뢰 추정 폭발물이)우리 것이든 북한 것이든 누가 심었느냐, 심은 것이냐 유실된 것이냐를 지금 알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식이 옆집 아이한테 억울하게 맞고 왔으면 화가 나는 게 인지상정인데 우리 정부의 태도에는 전혀 분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옆집과 잘 지내보려는 와중에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되니 참고 넘어가자”며 쉬쉬하는 꼴입니다.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1대·52대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물론 화가 난다 한들 군사적 긴장관계를 고조시킬 만한 물리적 대응에 나서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전엔 물리적 대응이 아니더라도 대응할 방법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도 목함지뢰 폭발로 우리 군인들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는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며 단호하게 대응해 북한의 유감 표명을 얻어냈습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도 대북 확성기가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었습니다.
그 효과적인 대응 수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사라졌습니다. ‘긴장완화 조치’를 명분으로 북한에서는 아무 호응도 없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것입니다. 고맙다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일방적이고 비굴한 구애였습니다.
우리 군인이 다쳤는데도 분노하지 않는 정부를 국민은 어떻게 믿고 살 수 있을까요. 앞으로 지뢰 폭발보다 더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전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북한군의 포탄이 날아와 우리 병사들이 인명피해를 입었을 때 우리 군은 과거의 국지전 때처럼 즉각 응전이 가능할까요, 아니면 일단은 두들겨 맞고 나중에 의도적 공격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찾은 뒤 확실해지면 항의 전문이라도 보내야 할까요.
북한은 핵 보유국임을 인정해야 하고, 핵 보유국과의 확전은 국가의 존폐가 걸린 일이니 자중해야 한다는 통일부 장관의 일장 연설까지 이어져 우리 군은 그 좋은 전투기와 잠수함과 전차와 자주포를 두고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꼼짝 못하는 꼴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하게 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강신철 장관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군의 최고책임자로서 자신이 이끄는 병사들이 다친 것에 분개하는 모습 정도는 보였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부하들이 믿고 따르는 리더는 냉철함만 가져서 되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북한보다는 우리 국민과 우리 군 장병들의 눈치를 보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마치 낙상사고라도 당한 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상 장병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는 말만 던져놓고 해외순방길에 나선 대통령이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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