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료, 명의 한 명만으론 어렵다"…치료 기회 넓히는 3가지 열쇠 [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22 11:09  수정 2026.09.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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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준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장 인터뷰

국내 췌장암 환자 6년 새 39% 증가…조기 발견은 여전히 과제

당일 조직검사·정밀 내시경 발전으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속도 높여

“조기진단부터 맞춤치료까지 환자별 치료 기회 넓혀야”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장이 지난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업앤컴퍼니


“췌장암은 한 명의 ‘명의’만 있다고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진단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췌장암 치료의 핵심으로 ‘빠른 진단’과 ‘다학제 협진’, ‘환자 맞춤형 치료’를 꼽았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만큼 의심 단계부터 확진과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항암·수술·내시경 등 여러 치료법을 환자 상태에 맞게 연결해야 치료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췌장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6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신규 환자는 9748명으로 2017년 7032명보다 약 39% 늘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이다.


송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신장질환 등을 함께 가진 고령 환자가 늘고 있다”며 “암을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는지, 영양과 신체 기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늦게 발견되는 췌장암…‘빠른 진단’이 첫 관문

첫 번째 관건은 진단이다. 췌장은 복부 깊숙한 곳에 있어 암이 생겨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황달이나 체중 감소, 상복부 통증 등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2023년 췌장암 환자 가운데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병기는 16.0%에 그쳤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48.5%는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원격전이 상태에서 발견됐다.


영상검사의 발전으로 작은 병변을 발견하는 경우는 늘고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췌장암을 찾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조기검진 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결국 암을 얼마나 일찍 찾아내느냐가 췌장암 치료에서 여전히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송 교수는 “수술 가능한 단계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충분히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조기 췌장암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만큼 암이 의심된 이후 확진과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췌장 전용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본으로 자기공명영상(MRI)·자기공명췌담관조영술(MRCP), 초음파내시경(EUS) 등을 활용해 병변을 확인한다. 특히 초음파내시경은 췌장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조직까지 채취할 수 있어 확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러한 진단 과정을 앞당기기 위해 2024년 3월 국내 최초로 외래 당일 췌장 조직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입원 없이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약 2년 3개월 만에 1000례를 시행했다. 첫 외래 진료부터 결과 설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주일 이내로 줄었으며,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 합병증 발생률은 1% 미만이었다.


송 교수는 “당일 검사의 의미는 단순히 검사 시간을 하루로 줄이는 데 있지 않다”며 “입원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조직 진단과 병기 평가, 다학제 논의를 거쳐 항암이나 수술까지 이어지는 전체 치료 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의 한 명으로는 부족”…치료 방향은 ‘한 팀’으로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장(오른쪽)이 췌장암 의심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빠른 진단이 첫 단추라면 이후에는 어떤 치료를 언제 시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두 번째 열쇠인 다학제 진료가 중요해진다.


췌장암은 종양의 위치와 혈관 침범, 전이 여부뿐 아니라 환자의 체력과 동반질환까지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먼저 할지, 항암치료로 종양을 줄인 뒤 수술할지, 담도배액이나 다른 치료가 필요한지도 환자마다 달라진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소화기내과와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관련 전문가가 매주 모여 환자의 영상과 병리 결과, 전신 상태를 함께 살핀다. 처음 세운 치료 계획을 그대로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반응에 따라 수술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거나 다음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송 교수는 “췌장암은 한 명의 ‘명의’만으로 최선의 치료를 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진단부터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치료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져도 신속하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췌장암 치료도 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 치료는 여전히 수술이지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곧바로 수술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경계성 절제 가능 또는 일부 국소진행성 췌장암에서는 항암치료나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수술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 처음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도 치료에 잘 반응하면 ‘전환수술’을 통해 다시 수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환자마다 다른 췌장암…치료 전략도 ‘맞춤형’으로

마지막 열쇠는 환자마다 적합한 치료 전략을 찾는 맞춤치료다. 같은 병기라도 종양의 위치와 진행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치료 순서와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분자검사를 통해 일부 환자에게 표적치료나 면역치료 가능성을 찾는 등 치료 선택지도 세분화되고 있다.


송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순서와 같은 약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시경 역시 진단을 넘어 치료 과정 전반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초음파내시경으로 췌장 병변을 확인하고 조직을 채취하는 데서 나아가, 담도 폐쇄로 황달이나 담관염이 발생하면 스텐트를 삽입하고 수술 후 생긴 협착이나 누출을 치료하는 데도 활용된다.


기존 방식으로 담도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초음파내시경 유도하 담도배액술이나 췌장액체저류 배액술과 같은 고난도 중재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일부 담도암에서는 고주파열치료 등 국소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내시경 치료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술기구도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조직검사 바늘은 보다 많은 조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전해 정확한 병리 진단은 물론 유전자 검사 등 정밀치료에 필요한 검체를 얻는 데도 활용된다.


국산 담도·췌장 내시경 기구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송 교수는 “의료기기는 새로운 기능 자체보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시술 편의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합병증, 재시술 위험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발전하는 진단·치료 기술을 실제 임상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송 교수는 “신약과 다양한 국소치료법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췌장암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국내 췌담도 분야가 쌓아온 높은 의료 수준을 바탕으로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세계적인 연구와 진료 성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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