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리·영화…진풍경이 가미하는 새로운 ‘시선’ [출판사 인사이드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18 08:39  수정 2026.05.18 08:39

예술 또는 예술가…

진풍경이 포착하는 일과 일의 풍경을 만드는 사람들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영화→집·요리, 진풍경이 담는 예술과 예술가들


김진희 대표가 운영하는 진풍경은 김 대표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따 만든 출판사다. 일, 라이프, 스타일 또는 각자의 집, 자신만의 장소에서 자신만의 패션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패션 만드는 사람’, 도쿄에서 생활하며 만난 공간과 디자인에 대해 담은 ‘도쿄 큐레이션’ 등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대표는 “풍경은 사라지더라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아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이제는 셀 수도 없어, 일의 풍경을 만드는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급한 두 권의 책은 글과 사진을 함께 담고 있다. 저자들이 직접 담은 사진 또는 그림을 통해 진풍경의 색깔을 굳혀나가고 있다. 처음부터 사진, 그림을 수록한 책을 여러 권 출간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풍경 안에서 담을 수 있는 것들, 시간이라는 한계 속 사람이 지속하는 일에 대한 것들을 지금의 서울에서 더욱 느끼고 있다”는 김 대표는 이제야 출판사 이름에 맞는 책과 책임감에 대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션과 디자인을 비롯해 영화와 집 등 여러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것도 진풍경의 강점이다. 김 대표는 진풍경의 대표 도서 중 하나로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꼽았다. 민용준 영화평론가가 여성 서사를 다룬 13명의 감독을 만나 인터뷰한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바라고,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 김 대표는 “이 책을 만들고 나서야 이 책의 제목처럼 내일의 대화로 이어질 어제의 영화에 관심을 더욱 기울이게 됐다”고 의미를 짚으며 “시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중혁 소설가의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 구선아 작가의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요’ 등 주제는 달라져도, 진풍경이 추구하는 본질은 뚜렷했다. 언급한 두 책 모두 책과 집 등으로 소재는 달라졌지만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포착하며 ‘예술’의 의미를 고민하게 했었다.


진풍경은 70개의 레시피와 브런치 카페 또는 집에서 맛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언더야드 레시피’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를 진행 중인 김세윤 작가의 영화 책 등 올해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이다.


◆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파”…진풍경이 파고드는 취향


이를 통해 내가 알던 주제를 다른 시선에서, 어렵지 않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는 진풍경의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굿즈 제작 등을 통해 ‘텍스트힙’ 열풍에 호응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아직 진풍경은 굿즈 또는 행사로 독자들을 만난 적은 없다. 김 대표는 “어떤 소신이라기보다는 그런 문화가 진풍경의 주제는 아니라고 여겼다. 각자의 텍스트, 출판사에 맞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텍스트를 잘 말해주는 굿즈처럼, 지금과 다른 좀 더 ‘조용한’ 굿즈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존의 틀을 따르기보다는, 다른 시선을 가미하는 것이 진풍경만의 ‘개성’이 느껴진 비결이었던 셈이다.


대신 지금의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싶어 하는지 꾸준히 고민 중이다. “좀 더 많은 독자가 좋아하는 책은, 내가 그렇듯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책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고 운을 뗀 김 대표는 “다정하고 닮고 싶은 근사한 친구보다는 필요한 조언을 담백하게 잘해주는 친구와 같은 책이라고 할까. 어쩌면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중에서 다시 듣고 싶은 말을 짧고 직관적으로 해주는 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책이 필요할 때, 당연한 말을 듣고 싶은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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