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
애틋한 로맨스, 진지한 쿡방 대신 유쾌하게 풀어내는 판타지
신비로운 상태창의 도움을 받아 요리를 완성하는 다소 낯선 전개도, 사약을 받고 사망한 조선의 악녀가 현대에서 ‘먹방’을 펼치는 색다른 그림도 ‘그래서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개연성을 따지고, 리얼리티를 찾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명 ‘뇌빼드’(뇌를 빼고 보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로, 조선시대에서 현대로 시간 이동을 하는 ‘타임슬립물’의 설정을 그대로 따른다.
ⓒSBS
그러나 설정 뒤, 특유의 코믹한 전개로 기존의 타임슬립물과는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우선 조선의 악녀가 주인공인 만큼, 현대의 신서리 역시 남다른 기질을 뽐내며 현실에 완벽 적응한 다. 완전히 달라진 세계에 당황하며 좌충우돌하기보다는 능숙한 칼 솜씨로 홈쇼핑에서 식칼을 완판시키는가 하면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교재까지 성공적으로 판매, ‘조선의 악녀가 그냥 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악질 재벌’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지만, ‘허당미’가 있는 허남준 역시 무게감과 코믹함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색다른 재벌 캐릭터를 구현 중이다. 클리셰를 비틀어 만들어낸 ‘웃음’을 바탕으로 ‘멋진 신세계’는 2회 만에 5% 시청률을 돌파하며 단번에 기대작이 됐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역시 판타지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즐거움을 선사 중이다. 총 대신 식칼, 탄띠 대신 앞치마를 장착한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그가 의문의 상태창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마치 게임처럼 상태창을 따라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남다른 개성이 드라마의 힘이 된다. 강성재가 만든 콩나물국 맛에 감격한 상사 박재영(윤경호 분)이 트렌치코트와 쌍권총으로 무장한 채 상상 속 전투를 치르는 모습으로 기막힌 맛을 표현하는 등 ‘취사병 전설이 되다’만의 마이너하지만 개성 있는 연출로 특유의 분위기를 구축 중이다.
‘21세기 대군부인’ 스틸ⓒMBC
최근 방송된 10회에서 13.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역시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운데, 로맨스와 코미디의 적절한 조화로 현실과의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지워냈다.
이 외에도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예고하면서 ‘코믹 어드벤처’를 장르로 설명했다.
웹툰 또는 웹소설이 원작인 작품이 늘어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성장 이후 ‘새 시도’가 이어지면서 표현의 자유도 확장된 모양새다. 서사의 개연성을 따지기보다는 새로운 표현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도전’의 폭도 넓히고 있다. 한 예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상태창의 자연스러운 표현에 대한 호평과 함께, 시청자들 역시 이 작품의 개성 있는 세계관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작품 속 입헌군주제의 설정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나치게 다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가상의 세계지만 극 중 왕의 숙부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섭정하는 내용부터 국왕의 탄신일에 배치된 궁녀들의 위치 등 디테일까지. 우리나라 역사와는 거리가 먼 설정 및 장면들에 ‘역사왜곡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멋진 신세계’는 ‘21세기 대군부인’보다 코믹 색채가 더 강렬함에도 불구, 한복의 색깔 및 과거와 현재의 다른 꽃신 포인트 등 섬세한 고증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결국 개연성 대신, 어떤 영리한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각 작품들의 엇갈린 희비 속 ‘편하게’ 보는 즐거운 ‘뇌빼드’가 될지, 생각을 내려두고 봐야 시청이 가능한 완성도 낮은 드라마가 될지는 커진 ‘허용 범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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