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MCA 공동검토·11월 중간선거
하반기 협상 환경 급변…트럼프 선택 기로
강점이 약점 되는 반도체…협상 전략 정교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미국의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공동검토와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된 2026년 하반기를 앞두고 한국이 보유한 통상 협상 자산과 부족한 카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가 지난 2월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통상정책 주요 이슈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는 미국 통상정책의 5가지 변곡점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기다.
KCIF는 ▲연방대법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헌 판결 후속 절차 ▲무역법 122조 글로벌 관세의 7월 만료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도출 ▲7월 1일 예정된 USMCA 공동검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5대 변수로 꼽았다.
다섯 변수가 결합돼 형성되는 협상 환경은 한국 외교에 강한 압박이자 동시에 협상 카드를 재정비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적 후퇴’와 ‘강경 결집’ 두 시나리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무효화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후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 하원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조치를 철회하는 결의안을 가결했고, 상원은 지난 1년간 캐나다·브라질 등 상호관세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수입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세 비용의 약 90%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추산했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2025년 상반기 내구재 관세의 소비자 가격 전가율이 61~8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는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전면 재검토해 일부 품목을 면제하고 관세 대상 리스트의 추가 확장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직전 ‘강경 관세’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USMCA 탈퇴 위협과 미·중 무역분쟁 확대 위험이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관세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한국은 트럼프 1기와 2기를 단절시키지 말고 연속성 속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약속을 계속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SMCA 공동검토는 한국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KCIF는 미국이 공동검토에서 ▲원산지 규정 강화 ▲미국산 유제품 시장 개방 ▲디지털 무역 규정 조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산지 규정 강화는 멕시코 내 중국발 투자 유치 문제와 결부돼 있어, 멕시코 생산기지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온 한국 기업의 공급망 전략에 파급될 수 있다.
한국이 가진 카드와 부족한 것
우리나라가 보유한 협상 자산은 반도체·조선·원자력·핵잠수함·미국산 무기 구매 등 다층적이다.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안정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디램(DRAM) 공급에는 한국산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반도체 공급능력은 훌륭한 협상 지렛대로 평가된다.
조선업은 1500억달러 규모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패키지로 차별화 카드가 됐다. 핵잠수함 도입 협력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은 지난해 11월 13일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된 협력 의제다.
부족한 카드도 분명하다. 당장 일본은 730억달러 규모 2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모두 에너지 분야(소형모듈원자로·천연가스 발전시설)에 집중 배치했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에 직면한 상황에서 일본의 에너지 패키지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에너지 패키지에 견줄 만한 거시 패키지를 아직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대만이 TSMC의 미국 투자 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반도체 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과 달리,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카드를 보유하고도 반도체 면제를 공식 문서화하지 못한 채 ‘집행 유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약점이다.
유럽연합(EU)이 보복관세 검토와 협상 병행으로 활용한 집단 협상력 역시 한국이 곧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일본은 자동차·반도체 관세 협상을 별도 트랙으로 분리해 산업별 맞춤 대응에 나서고 있고, 대만은 TSMC의 미국 투자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독일은 EU 차원의 공동 대응 프레임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이 중 어느 것도 명확히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메모리 분야는 한국이 강한 분야로 미국을 상대할 때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생산 역량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한국에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인 분야”라고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섣불리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면 오히려 협상력 잃을 수 있다”며 “한국이 가진 협상 자산이 한국 땅에 있는 지금이 협상력이 가장 강한 시점인 만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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