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현장] "당선시켜주고 말하소"…김부겸, 입담으로 대구 표심 훔치다

데일리안 대구 =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5.16 04:00  수정 2026.05.16 04:00

장미공원 뒤흔든 김부겸의 대구 '표심 다지기'

스승의 날 90세 은사 찾아 "구구팔팔 하십시다"

"적어도 이번에는 여당 후보니까 쓰임새 있다"

경북대 청년엔 희망…수성유원지선 "명소 만들 것"

15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장미공원. 만개한 장미꽃 사이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이 김 후보를 둘러쌌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이번에 꼭 시장되십쇼!" "축하합니다!"


15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장미공원. 만개한 장미꽃 사이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이 김 후보를 둘러쌌다. 한 어르신이 다가와 "축하합니다"라고 손을 내밀자 김 후보는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그는 "아이고, 뭔 당선된 것도 아닌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다른 시민이 짐짓 진지하게 "추경호(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하고도 같이 함께해서 경북 발전시킬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김 후보는 능숙하게 응수했다. "아이고, 당선시켜주고 말하소!".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 후보 특유의 입담이 분위기를 단숨에 풀어놓는 순간이었다.


응원의 목소리는 사방에서 쏟아졌다. "응원합니다. 악수 한번만" "지지합니다" "안 그래도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안 되겠습니까" 등 일렬로 늘어선 시민들이 줄지어 악수를 청했고, 김 후보는 시민들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라는 셀카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멀찍이 지나가던 행인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하나둘 모여들었다. 김 후보 주변은 금세 인파로 둘러싸였다.


김 후보 주변은 금세 인파로 둘러싸였다. 한 시민이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한 젊은 부부는 김 후보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머, 김부겸 후보다!" 어머니가 탄성을 지르자 김 후보는 유모차로 다가와 아이의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이가 까르르 웃자 김 후보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부부는 "꼭 시장 되시라"며 두 손을 모았다.


한 어르신은 김 후보 손을 한참 붙잡고 놓지 않으며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격려를 보탰다. 또 다른 어르신은 김 후보의 점퍼 색깔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파란색이 잘 어울리네"라며 슬쩍 농을 던졌다. 김 후보는 "맞지요? 색깔이 뭐 어떻습니까"라며 빙긋 웃었다. 어느새 시민들 표정에는 미소가 번졌다. 장미공원은 김 후보가 이날 대구 곳곳을 누비며 표심 다지기에 나선 마지막 시민 접촉 일정이었다.


김 후보의 오전은 옛 은사를 모신 자리에서 시작됐다. 스승의 날을 맞아 김 후보가 직접 마련한 자리였다. 김 후보는 동기들과 함께 모교 시절을 추억하며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 후보는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모교를 찾는 대신 선생님을 모셨다”며 "얼마 전 OOO 선생님도 돌아가시고…우리 귀한 은사 선생님들 뵐 날이 얼마 없는 것 같아서"라고 자리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의 오전은 옛 은사를 모신 자리에서 시작됐다. 스승의 날을 맞아 김 후보가 직접 마련한 자리였다. 김 후보는 동기들과 함께 모교 시절을 추억하며 꽃다발을 전달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90대인 은사는 자리에서 당구, 탁구, 등산을 두루 익히며 건강을 챙겨온 비결을 풀어놨다. 동기들에게 "취미생활이 있어야 한다. 당구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농구도 배우고"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자 김 후보는 빙긋 웃으며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사는 것)이 꿈 아닙니까. 우리 선생님도 구구팔팔 하시도록 그래 하십시다"라고 격려했다. 동기들이 "김부겸 이겨라, 파이팅!" 구호를 외치자 김 후보가 손사래를 쳤다.


김 후보는 학창 시절 회상도 풀어놨다. 그는 "선생님 그 당시 참 잘 가르쳐 주셨다. 그땐 '화학이 어려운 걸 왜 공부하나' 그랬는데 재수하면서 눈이 트이더라"며 "그땐 잘 몰랐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김 후보는 선거 출마 각오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이놈의 점퍼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도 해서…점퍼를 지금 바꿔 입어도 내가 민주당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며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여당 후보니까 쓰임새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사와 헤어진 김 후보는 곧장 경북대학교로 향했다. 학생 의정활동연구회가 주최한 청년 토크쇼 자리였다. 농담을 풀던 톤은 사라지고 목소리는 차분해졌다.


김 후보는 "총리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냥 편하게 불러달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제가 15년 전 처음 대구에 도전할 때보다 인구가 약 15만명 줄었다. 1년에 만명씩 빠진 것"이라며 "도시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 청년들 보고 '가지 마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대구 아르바이트 현장의 최저임금 미지급 실태를 제기하자 김 후보는 "부담을 학생들한테 떠넘기는 건 가장 비인간적인 사회"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노무사 동행 방문으로 업종별 실태조사를 빨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학생들이 대구 아르바이트 현장의 최저임금 미지급 실태를 제기하자 김 후보는 "부담을 학생들한테 떠넘기는 건 가장 비인간적인 사회"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노무사 동행 방문으로 업종별 실태조사를 빨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 주거 문제에는 "부산은 1년에 1000명 전세 지원이 되는데 대구는 400명에 그친다. 폭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한 학생이 '금턴'(金인턴·구하기 힘든 인턴) 문제를 아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알고 있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대학과 협의해 4학년 마지막 학기 인턴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북대를 나선 김 후보의 다음 발걸음은 수성유원지로 이어졌다. 일대 주민들과 상인들이 김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공동선대위원장 겸 시민권익특별위원장)이 동행했다.


김 후보의 첫마디는 자신의 연고 이야기였다. "제가 파동에 살았다. 수성못으로 들어오는 가창쪽 물길까지 안다. 수성못은 너무 잘 안다."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한 주민은 "그라믄 어디 살았는데?"라며 슬쩍 떠봤고, 김 후보는 동네 이름을 줄줄이 읊으며 인사를 받았다.


경북대를 나선 김 후보의 다음 발걸음은 수성유원지로 이어졌다. 일대 주민들과 상인들이 김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공동선대위원장 겸 시민권익특별위원장)이 동행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김 후보는 "수성못을 단순히 대구 시민만 즐기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야, 그거 좋더라' 할 만큼의 명소로 만들겠다"며 "국가로부터 관광개발 투자를 받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수성유원지 일정을 마친 김 후보는 다시 시민들 속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닿은 곳은 만개한 장미꽃이 줄지어 핀 장미공원이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시민들은 김 후보를 둘러싸고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셀카 요청에 응하던 김 후보 앞에 한 시민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이번엔 진짜 시장되시라"고 하자, 김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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