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후 남은 거액, 그 돈 어디로?
'집 한 채 값' 자산 지키는 안전장치
금융권 최초 '입주금 전용 솔루션' 등판
국민은행은 최근 시니어 주택 보증금 전용 신탁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클립아트코리아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국내 은행권이 상속 사각지대를 메우는 '맞춤형 유언대용신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시니어 주택(실버타운)의 고급화로 입주보증금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이달 중 금융권 최초로 전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조1836억원을 돌파했다.
효력이 모호할 수 있는 종이 유언장 대신, 은행과 계약을 맺어 자산 승계 구도를 미리 정교하게 설계해두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상속 방식과 시점을 미리 설계할 수 있어 가족 간 분쟁을 줄이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시니어 주택 보증금 전용 신탁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유언대용신탁의 기능을 시니어 주택 보증금에 특화시킨 모델이다.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니어 주택의 보증금 규모가 웬만한 아파트 가격을 훌쩍 넘어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마곡에 위치한 'VL르웨스트'의 보증금은 12억~23억원 수준이며, 한남동에 들어설 예정인 '소요 한남 by 파르나스' 등은 보증금이 최대 50억원에 육박한다.
시니어 주택 운영사들에 따르면, 입주자 사망 시 거액의 보증금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지를 놓고 유가족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자녀들이 보증금을 갹출한 경우, 사후 반환 과정에서 형제간 지분 다툼이 벌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에서 출시 준비 중인 이 상품은 입주자가 보증금을 신탁하면, 사후에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보증금이 지급되도록 설계됐다.
다른 시중은행의 이색 유언대용신탁상품들도 눈에 띈다.
NH농협은행은 치매 등 건강 위기 시 대리인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 상속까지 보장하는 '의료비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소요한남 by 파르나스' 입주자에게 유언 신탁과 세무·법률·부동산 자문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치매 상황에 대비한 신탁 상품을 출시했으며, 우리은행은 특약 형태로 치매 발병 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신탁 상품의 가장 큰 강점은 법적 안정성이다.
자녀가 부모님의 입주 자금을 직접 지원했거나 상속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에도 사후 보증금 향방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주거와 상속이 결합된 사회적 리스크를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모님 사후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효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상속 관련한 고객들의 니즈가 매우 세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자산가 선점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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