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블록버스터와 손재곤식 코미디
'왕과 사는 남자'가 1683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고, '살목지'가 303만 관객을 기록하며 공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가운데 한국 영화계는 이 기세를 이어갈 다음 주자들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로 전혀 다른 색깔의 카드를 꺼내든 '군체'와 '와일드 씽'이 있다.
ⓒ뉴시스·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 작품은 장르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최근 극장가가 원하는 새로운 에너지와 스타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심에는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북극성'으로 호흡을 맞췄던 전지현과 강동원이 있다. 전지현은 강렬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로, 강동원은 예상 밖 코미디 변신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먼저 5월 21일 개봉하는 '군체'는 '부산행'과 '반도'를 통해 한국형 좀비물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감염 재난을 넘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전면에 내세운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점점 변이해가는 감염자들과 맞서야 하는 설정은 제한된 공간 특유의 압박감과 생존 스릴러의 긴장감을 동시에 자극한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인간 군상 묘사와 사회적 불안감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결합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캐스팅이다. 전지현이 '암살'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그동안 드라마와 OTT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지현이 다시 극장 장르물로 돌아온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여기에 구교환과 신현빈이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 작품에 합류했다. 지창욱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상호 감독 세계관에 합류하며 새로운 조합을 완성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부산행'과 '반도'로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다. '군체' 역시 그 흐름을 이어 글로벌 장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역시 기대 요소로 꼽힌다.
6월 3일 개봉하는 손재곤 감독의 '와일드 씽'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 공략에 나선다.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혼성 댄스 그룹의 재기 과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이 작품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역발상 캐스팅에 있다.
로 주진중하고 묵직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춤과 흥에 모든 걸 건 댄스머신 현우로 변신한다. 말수가 적고 강한 분위기의 역할로 익숙한 엄태구는 폭주하는 래퍼 상구 역할을 맡아 예상 밖 웃음을 예고했고, 박지현 역시 독특한 매력의 도미 캐릭터로 합류하며 신선한 조합을 완성했다.
극장가 코미디가 단순 상황극보다 캐릭터성과 밈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 속에서 '와일드 씽'은 공개 단계부터 온라인 화제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콘셉트 예고편은 물론, 극 중 그룹 트라이앵글이 정식 발표한 음원 '러브 이즈'와 뮤직비디오까지 관심을 모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강동원의 춤과 엄태구의 래퍼 변신 장면은 밈처럼 소비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와일드 씽'의 제작을 맡은 곳이 천만 영화 '극한직업'의 제작사 어바웃필름이라는 점도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린다. 상업 코미디 장르에서 이미 흥행 감각을 입증한 제작진이 다시 한번 극장형 코미디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이목도 집중된다.
개봉 시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와일드 씽'이 개봉하는 6월 3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로 지정된 임시공휴일인데다 6일 현충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구간이 형성된다. 휴일 수요와 맞물려 개봉 초반 관객 몰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왕과 사는 남자'와 '살목지'가 입증한 한국 영화의 부활이 단기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속 라인업의 흥행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군체'는 묵직한 블록버스터로, '와일드 씽'은 국내 극장가의 웃음과 흥을 되살릴 여름 코미디로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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