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00㎜ 폭우 쏟아질 때 '기상청장'은 자택서 잤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10.08 08:07  수정 2026.10.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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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폭우 쏟아질 때 청장은 자택서 수면

기상청 "호우 상황으로 편히 쉬진 못해"

특보 발령 '오락가락'…비상근무는 조기 해제

김기현 "폭우에 잠이 오나…명백한 직무유기"

이미선 기상청장이 9월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기상 재난 콘트롤타워인 이미선 기상청장이 지난 8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한 '경남 폭우' 당시 자택으로 퇴근해 수면을 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이 청장이 호우 상황으로 편하게 쉬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청장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을)이 8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경남 거제에서 8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때 이미선 기상청장은 자택에서 수면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집중호우 당시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비상근무 해제, 졸속 특보 논란이 총체적으로 발생한 가운데서 콘트롤타워인 기상청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점이다.


우선 8월에 발생한 경남 거제·통영과 지난해 7월에 발생한 경기 가평 등 주요 폭우 사례에서 수치예보 모델의 예측 실패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16~17일 양일간 경남 거제 지역에는 927.6㎜의 폭우가 내렸으나, 하루 전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KIM)의 예측량은 271.7㎜(실제 대비 29%)에 불과했다. 예측 실패로 볼 수밖에 없지만, 기상청이 김기현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에는 "많은 강수를 예측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실은 아전인수식 해명이라고 지적한다.


예보 실패는 작년인 2025년 7월 20일 경기 가평 폭우 상황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당시 가평의 실제 일일 강수량은 233.6㎜에 달했으나, 기상청 예측 모델(KMA)이 예측한 강수량은 단 8.4㎜에 불과해 오차율이 96%에 달했다.


또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기상청 본청이 정작 폭우가 몰아치던 시점에 비상근무를 하향 조정하거나 조기 해제해 스스로 대응 체계를 무력화했던 것도 확인됐다.


8월 경남 거제·통영 폭우 당시 부산지방기상청이 비상 2단계를 유지 중임에도 기상청 본청은 16일 16시 비상 단계를 '경계'로 하향한 데 이어, 누적 강수량이 800㎜를 넘긴 17일 09시에는 비상근무를 전면 해제했다. 문제는 본청의 비상근무 해제 이후에도 경남 거제·통영 현장에는 118㎜의 폭우가 추가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 이 청장은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상황점검 중이었지만, 이른바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던 순간에는 인근 자택으로 퇴근해 수면을 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호우 상황으로 편히 쉬지는 못하셨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의원실에 전했다.


김기현 의원실에 따르면, 기상청 측은 이날 역시 의원실에 이 청장이 자택에서 밤새 잔 것은 아니고 계속 보고를 받으면서 대응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다만 "10분이든 1시간이든 잠은 잔 것이고, 근무지를 벗어나 자택에 있던 것도 문제 아니냐"라는 의원실 지적엔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과 2026년 8월 기상청 비상근무 현황 및 내역 ⓒ기상청

지난해 7월 가평 폭우 당시에도 본청과 지방청 간의 기상 대응이 따로 노는 심각한 엇박자도 발생했다.


폭우 직전인 19일 밤, 본청은 19시 호우 2급에서 21시 '호우 경계'로 비상근무 단계를 조기에 하향 조정하며 경계 태세를 완화했다. 반면 수도권 기상청은 20일 새벽 233.6㎜의 거센 폭우가 현장을 기습하자 20일 00시 '호우 2급'으로 비상 단계를 오히려 즉각 상향 발령했다.


최상위 콘트롤타워인 본청은 비상근무를 축소하는 사이 최전선의 지방청은 비상을 걸고 대응 수준을 올리는 극명한 대비를 보인 것이다. 김 의원은 기상청 내부 상황 판단 및 비상 대응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기상청은 현장 방재의 핵심인 호우특보 운용 역시 늑장 대응과 널뛰기 행정이 드러났다.


8월 16일 거제 지역에서는 폭우로 누적 강수량이 급증함에도 9시간 30분 동안이나 경보 격상을 미루다 뒤늦게 상향해 지자체의 비상 대응을 연쇄 지연시켰다. 17일에는 오전 10시 호우경보를 호우주의보로 낮췄다가 단 40분 만인 10시 40분에 다시 호우경보를 기습 재발령하는 등 단 7시간 30분 사이에 '경보→주의보→경보→주의보→해제'로 이어지는 네 차례의 졸속 변경을 되풀이했다.


2025년 7월 가평 폭우 사례에서도 기상청은 7월 19일 11시 10분에 예비특보를 내렸으나, 실제 호우주의보는 폭우가 본격화된 7월 20일 새벽 0시 50분에야 발효됐고 불과 1시간 20분 만인 2시 10분에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취약 시간대인 심야에 주의보에서 경보까지 단 80분 만에 기습 변경되면서,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은 물론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재 골든타임'마저 완전히 박탈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의원은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엉터리 예보와 널뛰기 특보로 혼선을 부추기고 비상근무마저 조기 해제해 버린 것은 방재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기상청의 누적된 예보 및 특보 부실 실태를 점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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