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650만 시대, 유물 예산은 10년째 제자리…RM이 던진 ‘관람료 재투자’ 숙제 [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04 09:33  수정 2026.10.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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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RM 국립중앙박물관회에 1억 기부...소장품 구입 목

치솟는 고미술가 못 따라가는 39억 예산

정부 유료 관람 전환 추진...수익은 전액 국고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RM(김남준)이 지난달 29일 사단법인 국립중앙박물관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지정된 기부 목적은 소장품 구입이다. 올해 6월 국립중앙박물관 최초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후원금을 전달하며 박물관과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이 기부금으로 유물을 매입해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박물관회를 통한 민간 후원은 실제 유물 확충으로 이어져 왔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2023년 조선시대 ‘나전연꽃넝쿨무늬상자’, 2025년 조선 초 명필 황기로의 ‘초서’를 이 같은 방식으로 구입해 기증했다. RM도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에 1억원, 2021년과 2022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2021년 기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한 조선시대 활옷 보존 처리에 쓰였다.


개인 후원이 조명받는 이면에는 국가 대표 박물관의 구조적 예산 한계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해 유물 구입 예산은 2015년 39억 8000만원으로 책정된 이후 사실상 동결 상태다. 2020년 이후에도 39억 79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10년 넘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기간 고미술 시장의 유물 거래 가격은 올랐다. 연간 39억원의 예산으로는 국보·보물급 유물을 사들이기 어렵다. 2020년 간송미술관 소장 보물 불상 2점이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유찰됐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이후 두 점을 자체 예산으로 구입했다. 구입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점을 합쳐 30억원 이하로 알려졌다. 한 해 유물 구입 예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2022년에는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2점이 사상 처음 경매에 나왔지만 모두 유찰됐고, 끝내 국가 소장품이 되지 못했다. 국가의 문화유산 확보 예산이 시장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물 예산이 정체된 사이 박물관 관람객 수는 급증했다. 2021년 126만명이던 연간 관람객은 2023년 418만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650만 7483명으로 개관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2026년 1~8월 누적 관람객은 525만 488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외국인 관람객 규모도 두 배가량 확대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당초 설계 기준은 연간 200만명 수용이다. 기준치의 세 배가 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시설 관리 부담은 커졌지만, 핵심 기능인 소장품 확충 여력은 제자리다.


재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유료 관람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성인 기준 2000원이던 입장료를 폐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연말까지 관람료 정책을 확정할 계획이며, 실제 부과는 2028년부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인 기준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관람료가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 전원이 5000원을 낸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 325억원 규모다. 다만 무료·할인 대상과 유료화 이후 관람객 감소를 고려하면 실제 수입은 이보다 적다.


ⓒ국립중앙박물관

남는 과제는 수익의 귀속 구조다. 현재 국립박물관은 입장료를 포함한 모든 수입을 국고에 귀속시키고, 운영 예산을 다시 배정받는다. 유료화로 수익이 생겨도 이 돈이 박물관의 유물 구입비나 전시 예산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관람료를 받고도 박물관의 재정 자립도나 유물 확보 역량은 나아지지 않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예산 총량보다 배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운영 예산은 2300억원대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유물 구입에 쓰이는 몫은 2%에도 못 미친다. 프랑스 루브르는 다른 길을 택했다. 상설전 입장료 수입의 20%를 유물 구입에 쓰도록 설립 규정에 못 박아 뒀다. 2018~2024년에는 자체 재원 1억 540만 유로를 들여 작품 2754점을 사들였다. 연평균 약 1500만 유로, 국립중앙박물관 구입 예산의 5~6배다. 관람객이 늘면 구입 예산도 함께 느는 구조다. 다만 프랑스 감사원은 이 규정이 시설 유지와 보안 투자를 밀어낸다며 재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국가 문화유산 확보를 민간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 기부는 예측할 수 없고, 보존해야 할 유물 목록이 기부자의 관심사에 좌우될 위험도 있다. 유료화가 해법이 되려면 입장료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별도 기금으로 묶어 유물 구입과 연구에 재투자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RM의 1억원은 박물관회가 언젠가 사들일 유물 한 점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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