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경찰 자체 보유 장기 미제 사건 건수 463만건
올해 20만건 추가 전망…검찰서 이관되는 미제 사건도 변수
경찰청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 오히려 줄어"
전문가 "수사 책임자,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에 탄식할 것"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2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되고 경찰을 비롯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타 수사기관으로 이관된다.
특히 경찰 안팎에서는 기존 사건 처리에 더해 이관되는 사건까지 새롭게 떠안게 되면서 경찰의 업무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460만건을 넘는 미제 사건 처리에도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장기 미제 사건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63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경찰이 해결하지 못해 등록한 미제 사건이 20만건을 넘은 만큼 올해 역시 20만건 안팎의 미제 사건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검찰이 맡고 있던 있던 장기 미제 사건 16만건의 행방도 큰 변수다. 아직 정확히 검찰에서 경찰 등 타 수사기관으로 이관되는 장기 미제 사건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수사 중이던 일부 사건에 한해 최대 90일의 유예 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신설되는 중수청 등 타 기관과의 수사권 협의를 마치고 나면, 상당수의 장기 미제 사건이 추가로 경찰에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인 수사 실무를 오롯이 경찰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건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결국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수치로 입증되는 업무량 과부하를 경고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당장 미제 사건들이 경찰 쪽으로 오게 되고, 그런 것들이 경찰의 업무량 과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공룡경찰' 우려에 대해 "중대범죄수사청이 생기면서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오히려 줄었다"며 "경찰 외에 수사기관이 병렬적으로 늘어난 것인데 제도 자체가 가진 단점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 교수는 "정량적인 수치가 이미 나와 있는데 업무량이 줄어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당연히 업무량 폭증이 예상되고 수사 관련 부서 책임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에 탄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청. ⓒ데일리안DB
업무량 폭증에 따른 현장 경찰관 사이의 수사 기피 현상 역시 우려되는 지점 중 하나다. 경찰은 시급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우선 밀려드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에 1900여 명의 수사관을 증원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내부 인력 조정을 통해 2100명의 수사관을 추가로 일선에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염 교수는 "수사 경과를 한다고 승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책임 소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사 인력을 늘린다고 해도 실제로 충원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은 전날 전국 지휘관 650여명을 소집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체제를 선포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더불어 '피해자 보호가 수사 제1원칙'이라는 수사 패러다임을 정립하겠다"며 "사건 마무리 순간까지 되묻는 질문은 피해자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중요 사건 및 검사가 요구한 사건 처리 상황을 매일 확인하게 하고, 시도청·국가수사본부가 중첩 점검하는 체계를 꾸리겠다는 것이 경찰청 측 설명이다.
김 직무대행은 현장에 모인 간부들에게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구제가 지연돼선 안 된다.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경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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