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심판을 겸할 수 없듯 수사와 기소 분리"
"정확한 수사 약속…같은 잘못 되풀이 없을 것"
전종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본청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어윤수 기자
검찰청이 78년 역사를 뒤로하고 폐지된 가운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이 '절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며 같은 잘못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종민 초대 중수청 차장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청에서 열린 개청식 인사말을 통해 "국가 권력을 입법과 행정과 사법으로 나눴든 우리는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 나뉜 권력이 저마다 스스로를 절제할 때 그 나눔은 비로소 완성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차장은 "오늘 우리는 78년 만에 이뤄지는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새 기관의 역할과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마다 치열한 논의와 진통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과정을 지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워 달라는 국민 여러분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겸할 수 없듯 한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면 스스로에게 엄격하기 어렵다"며 "수사가 기소를 정당화하고 기소가 다시 수사를 정당화하는 순환 속에서 누구도 스스로를 멈춰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전 차장은 "중대범죄수사청은 절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 혐의를 좁히지 못한 압수수색은 사무실 전체를 들어내고 실체를 밝히지 못한 수사는 한 사람의 몇 년을 삼킨다"며 "확신이 없을수록 수사는 더 넓게 번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를 덜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정확하게 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수사 역량을 키우려는 것도 더 많이 베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적게 베고도 병의 뿌리를 도려내기 위해서다. 이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이며 중수청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규율이다. 무엇보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 차장은 "의사의 칼 아래 사람이 있듯 수사의 칼 아래에도 한 사람의 이름과 일상이 놓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처는 대부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지난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같은 잘못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중수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 때에도 우려는 컸다"며 "갯벌 위에 놓인 활주로는 가라앉을 것이라 했고 개항을 미뤄야 한다는 외국 전문기관의 보고서까지 나왔다"고도 했다.
전 차장은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은 그 지적 하나하나를 풀어야 할 과제로 삼았고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우뚝 섰다"며 "중수청도 그렇게 하겠다. 저희를 향한 우려를 흘려듣지 않고 하나하나 답해 나가며 회의적인 시선을 신뢰로 바꿔 놓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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