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급 AI 연구자들이 中서 근무하는 사람이 美보다 많아
인재 보유 TOP10도 美 8곳·中 2곳서 中 5곳·美 4곳으로 역전
中서 일자리 구하기가 쉬워진 데다 美정부 비자 제한 강화한 탓
美 테크기업단체, 정부에 H1-B 비자 수수료 10만弗 철회 요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레드룸에서 차담을 갖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양즈린 문샷AI 창업자 겸 CEO 등 중국 AI 기업 대표들은 지난 시 주석 방미 수행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AI 분야 핵심 인재들이 지정학적 갈등 한복판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배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AP/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 등장한 최대 화두는 중국 오픈소스(개방형) 모델 ‘키미(Kimi) K3’다. 2조 800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갖춘 세계 최대급 AI 모델이다. 지난 7월17일 첫 공개되면서 미국 AI들과의 기술 격차가 불과 2~3개월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글로벌 AI 업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키미 K3 개발 스타트업 문샷 AI(月之暗面·Moonshot 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양즈린(楊植麟·34)은 중국 이공대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카네기멜런대 박사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하이구이(海歸·해외유학)파 출신의 최고급 AI 인재다. 졸업 후에는 페이스북 AI 리서치와 구글 브레인 등을 거치며 미국 AI 업계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애플도 그를 탐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스 살라후트디노프 카네기멜런대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양즈린은 원하기만 했다면 미국에 남을 기회가 많았다”며 “(애플) 임원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사무실로 가도 된다고까지 말하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양즈린은 돌아가서 스타트업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매우 확고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세계 최고의 AI 인재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인재를 독식해오던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나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7월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의 문샷AI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K3’ 홍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산하 중국 연구기관인 카네기차이나는 ‘글로벌 AI 인재 경쟁에서 누가 앞서고 있는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주요 AI 연구자들 가운데 중국에서 일하는 비중이 가장 많은 41%로 집계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34%로 중국보다 7%포인트가량 적었다.
이런 결과는 불과 3년 전인 2022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미국에서 일하는 세계 주요 AI 연구자의 비중이 46%로 중국(27%)을 크게 앞섰다. 보고서는 세계 최고 권위 AI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에 2025년 논문이 채택된 연구자 표본(전체 저자 2만 5677명 중 학부·대학원 경력이 모두 파악되는 1만 28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것이다.
카네기차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일하는 AI 인재는 4174명(40.6%)인 반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AI 인재는 3514명(34.2%)에 그쳤다. 2022년 조사에서는 미국 대 중국 비율이 ‘46% 대 27%’였는데 3년이 지난 2025년에는 ‘34% 대 41%’로 미국이 중국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AI 인재들이 많이 선택한 지역은 유럽(706명·6.9%)과 한국(487명·4.7%), 영국(312명·3.0%), 싱가포르(271명·2.6%) 등의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AI 인재들이 몰리는 기관 순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논문 저자 소속 기관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에는 구글이 1위였고 칭화대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스탠퍼드대·카네기멜런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중국 베이징(北京)대,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UIUC)이 2~10위에 각각 올랐다. 기업이 3곳, 대학이 7곳이었고 중국 대학 2곳을 빼면 8곳이 미국에 소재했다.
미국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도 탐낸 인재로 알려진 양즈린 문샷AI 창업자 겸 CEO. ⓒ 엑스 캡처
그런데 2025년엔 1위와 2위를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차지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3위로 올라섰다. 4위는 중국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5위는 MIT, 6위는 스탠퍼드대, 7위는 구글, 8위는 중국과기(科技)대(USTC), 9위는 중국 저장(浙江)대, 10위는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이다. 상위 10개 기관 가운데 중국 대학이 5곳이었고 미국은 대학과 기업을 합쳐도 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학사 학위 취득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에서 배출한 인재의 비중은 3년 새 더 늘었다. 2022년 조사에선 중국 배출 인재의 비중이 46.3%, 미국 배출 인재 비중이 19.8%였고 유럽(7.2%)과 인도(6.2%), 한국(4.8%)이 뒤를 이었다. 2025년 기준 조사에서는 중국의 비중이 57.4%로 절반을 넘어섰고 미국은 13.3%로 줄었다. 유럽과 인도의 비중 역시 각각 6.4%와 4%로 감소했지만 한국의 비중은 5.7%로 증가했다.
중국에서 교육·훈련받은 연구자가 자국에 남는 경우도 증가했다. 2022년 조사에선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연구(1460명) 가운데 56.6%가 근무지로 중국, 31.8%가 미국을 선택했다. 반면 2025년에는 중국 대학 졸업자(5903명) 중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68.7%로 큰폭 늘었고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21.2%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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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AI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중국 AI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급성장하는 자국 AI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더 쉬워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자 제한 강화로 인해 이공계 분야의 중국 대학원생들이 미국에 오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데이미언 마 카네기차이나 소장은 “중국이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와 문샷AI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AI 산업을 구축했다"며 "중국 AI 기업의 보수도 이제 미 실리콘밸리와 상당히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우려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기술유출 우려를 이유로 중국의 이른바 민간 혁신 기술을 군사용 기술에 접목하는 ‘군민융합’(軍民融合) 전략과 관련된 기관에 연계된 일부 중국인 대학원생과 연구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해왔다. 군민융합은 군사용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민간 업체들이 군수품을 공급하고 인민해방군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 역시 지난달 15일부터 산업·기술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자국민의 출국을 수개월 또는 수년간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출입국 관리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조치는 기업인과 연구자, 경영진을 아우르는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인재들에 대한 기존 이동 제한을 넓힌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최고급 AI 인재의 해외여행 제한을 가족까지 확대했으며 중국 정부 기관들은 이 같은 제한 내용을 당사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전했다.
그 대상에는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신생기업) 창업자와 AI 관련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대표들이 포함된다. 업무가 국가 안보에 지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일부 AI·반도체 기업 경영진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 가족이 짧은 여행으로 출국할 때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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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응해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AI 인재 블랙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은 자체 AI 반도체를 공개하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큐원’(Qwen·千問)을 아우르는 사업 확대에 나섰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중국이 기술 이전과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AI 연구자들의 국가 간 이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 테크 업계는 전문직 비자(H-1B) 한 건당 10만 달러(약 1억 3500만원)가 넘는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미 정부의 계획에 공식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인재 유입을 막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다.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테크넷은 국토안보부(DHS)가 지난달에 입법예고한 H1-B 비자 수수료 규칙안을 철회해 달라는 공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공개된 규칙안에 따르면 연간 쿼터가 적용되는 대부분의 신규 H-1B 비자 청원에 대해 기업이 1명당 10만 3265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 금액은 기존 H-1B 신청 수수료와 별도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테크넷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한 대통령의 노력을 훼손한다”며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 기업들이 세계 혁신을 선도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며 미 공동체의 번영을 창출하려면 필요한 것이 전 세계 최고의 인재”라며 “이 안은 미 기업들이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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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넷은 또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수수료 부담에 따른 타격이 더욱 크다고 우려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은 “전 세계 AI 연구자들 중 절반가량이 중국인”이라며 “고숙련 이민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미국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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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B 비자는 1990년에 미국 의회의 입법으로 만들어졌다. 미 기업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등 전문 분야에서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이나 이에 상응하는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인력을 임시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이민 취업비자다. 고숙련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에서 일하게 되는 주된 경로다. 이 비자 소지자들은 일정 조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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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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