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7개 은행, 발행·상환은 함께하고 서비스는 경쟁
서클은 USDC로 환전부터 해외 지급까지 연결
한국은 유통·결제·상환 잇는 공통 기반도 과제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결제 모델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발행 주체와 함께 유통·상환 경로와 참여자 간 협력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유럽 은행들은 함께 코인을 만들고 고객을 두고 경쟁한다. 미국 서클은 코인으로 국경을 넘는 결제망을 잇는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설령 발행 주체를 정하더라도 은행·결제업체·플랫폼의 협력과 경쟁 범위를 나누고, 이용자가 코인을 쓰고 다시 원화로 돌려받을 길까지 갖추려면 갈 길이 멀다.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네덜란드에 공동법인 키발리스(Qivalis)를 설립했다.
출범 당시 9개였던 참여 은행은 이후 유럽 15개국 37개 은행으로 늘었다.
은행마다 별도의 코인을 발행하는 대신 공동법인을 통해 발행·상환 기반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키발리스가 발행·상환과 인프라 운영을 맡고,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는 유통과 고객 서비스를 담당한다. 같은 코인을 활용하되 고객 확보와 상품 개발에서는 각자 경쟁하는 구조다.
서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금융기관 간 자금 이동에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클 결제 네트워크(CPN)는 인가받은 금융기관들을 연결해 스테이블코인 전송과 현지 법정화폐 전환을 지원한다. 기존 중개기관을 줄여 국경 간 결제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필리핀으로의 송금이 대표적인 예다. 송금 금융기관이 달러를 USDC로 바꿔 전송하면 수취 금융기관은 이를 페소로 전환해 수취인에게 지급한다. 이용자는 은행 계좌에서 현지 통화를 받는다.
서클은 이 구조가 결제 지연과 사전 예치 부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코인 전송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환전과 최종 지급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발행 주체와 제도를 정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해외에서 공동 발행과 결제망 연결, 비은행 기업의 발행 등 다양한 모델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만들고 어떤 경로로 유통·결제·상환할지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 및 UniKA 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 세미나에서 은행의 계좌 연결·유동성 공급, 카드사·결제업체의 가맹점·정산망, 플랫폼의 고객 접점, 기술기업의 지갑·보안·인프라를 결합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공통 기반은 함께 구축하고 서비스에서는 각자 경쟁하는 생태계 모델이다.
표준·API·운영원칙 등 서로의 서비스를 연결할 기반은 공동으로 준비하되, 고객·상품·지갑·서비스는 각 사업자의 전략에 따라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류 회장은 “참여자의 역할과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시장에서는 혁신을 위한 경쟁과 시장의 공통 기반을 위한 협력이 함께 필요하다”며 “공동 과제는 함께 준비하고, 서비스는 각자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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