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LNG 한편 '빈 땅'…두 번째 액화설비 들어설 자리
SK이노 E&S 2012년 투자…14년 장기전 끝에 첫 LNG 도입
연 130만톤 지분 물량 확보…에너지 안보엔 '긴 호흡' 필요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SK이노베이션
지난달 30일 찾은 호주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은 쉼 없는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그 소리가 닿지 않는 기지 한편에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은 넓은 땅이 있었다. 두 번째 액화설비를 지을 자리다. 다윈 LNG는 연 1000만톤(t)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는 인허가를 받아뒀지만 지금은 연 370만톤짜리 설비 한 세트만 돌고 있다. 빈 땅은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였다.
지금 이 기지로 들어오는 가스도 한때는 그런 미래였다.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를 사들인 2012년, 이곳은 소규모 액화설비나 겨우 띄울 수 있는 가스전으로 평가받았다. 투자은행들이 대기업에 소개하던 매물도 아니었다.
SK는 그 뒤 5년간 파트너사들과 평가정 5공을 뚫어 가스전의 가치를 끌어올렸고 코로나19로 자재값이 치솟자 투자 결정을 1년 미루며 비용을 다시 짰다. 그렇게 14년을 보낸 끝에 올해 2월 첫 LNG가 충남 보령에 도착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가스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국내 도입까지 이뤄낸 첫 사례다.
14년은 한 사람의 직장 생활로 봐도 긴 시간이다. 다윈에서 만난 SK이노베이션 E&S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이 자신의 입사 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늦었다고 보지 않았다. 가스전은 원래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14년은 가스전 하나를 완주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자원개발을 그 시간표대로 평가해 왔느냐다. 해외자원개발은 그동안 몇 년 안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실패로 여겨지기 쉬웠다. 탐사에서 생산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사업을 몇 년 단위의 잣대로 재다 보니 긴 호흡의 투자는 설 자리를 잃었다.
올해 LNG 시장은 그 긴 시간이 왜 필요한지 보여줬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이 차질을 빚자 카타르는 한국과 맺은 장기계약에도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아시아 LNG 현물가격은 급등했다. '장기계약이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흔들린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 E&S가 14년 전 투자해 직접 확보한 연 130만톤의 가스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갖게 됐다. 국내 수입량의 3% 남짓이지만 시장에서 그때그때 사 오는 물량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늘 다윈에서 얼려 한국으로 보내는 가스는 14년 전 선택의 결과다. 기지 한편의 빈 땅을 채울 다음 걸음도, 한국이 확보해야 할 다음 가스전도 결국 지금 정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위기가 닥친 뒤에 사들일 수 없다. 긴 시간을 견딘 쪽만 손에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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