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초청하는 연극 축제…ST-NOVA, 서울 연극의 해외 길 연다 [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0.08 16:23  수정 2026.10.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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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독일 4개 작품 초청…국내 4개 작품은 쇼케이스로

해외 축제 프로그래머가 직접 관람, 내년 현지 공연과 연계

신체·향·영상 등 다양한 무대 표현 앞세워 장기 교류 추진

해외 공연 초청과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연극 교류의 장이 열린다. 서울연극협회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호 교류형 플랫폼 ‘에스티-노바’(ST-NOVA(Seoul Theatre-NOVA))의 출범을 알렸다. 해외 축제 추천작을 서울에서 선보인 뒤 국내 쇼케이스를 거쳐 내년 해외 무대 초청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로, 단발성 이벤트를 벗어나 지속 가능한 교류 통로를 다지겠다는 취지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인지원센터 2층 세미나룸에서 제1회 ST-NOV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김도형 서울연극협회 회장 겸 ST-NOVA 집행위원장, 백남영 예술감독, 황태선 집행위원, 아스트리드 마트론 주한독일문화원 동중앙아시아지역 문화부장 등이 참석해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ST-NOVA는 서울연극협회가 기존 국제교류 사업 ‘ST-BOMB’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범시킨 공연예술 교류 플랫폼이다. 개별 극단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 협회와 해외 축제의 협력 관계를 더해 지속적으로 작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제1회 ST-NOVA 기자간담회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김도형 위원장은 기존 국제교류 사업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협회가 개별 극단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한쪽의 공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상호교류를 지향한다”며 “그 지점이 이번 ST-NOVA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방향은 해외 초청작 선정 과정에도 반영됐다. 중국 우전연극제에는 청년경연과 서울미래연극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교류를 제안했다. 그 결과 우전연극제 청년경연 수상작인 ‘낙원의 행방불명’과 ‘흉터와의 공존’을 초청한다. 일본 도요오카 연극제와는 기존 업무협약을 토대로 교류를 이어가며 축제 측이 추천한 ‘한 편의 만화’를 선보인다.


독일에서는 풀스핀 국제피지컬시어터페스티벌과 연결해 김치브로트 커넥션의 ‘(언)리쉬드’를 선정했다. 신체와 움직임, 음악, 시각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백남영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작품과는 다른 결의 작품들이 함께 소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추천받은 여러 작품을 집행위원들과 검토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축제의 성격과 작품의 표현 방식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제1회 ST-NOVA 기자간담회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초청 이후의 과정은 국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 ‘K-연극 익스포트 쇼케이스’가 맡는다. 11월 8일 해외 프로그래머들에게 제16회 서울미래연극제 공식선정작 네 편을 선보이는데, 극단 코뿔소의 ‘기념비’, 하띠-하띠 아트만의 ‘시지프스는 무엇을 위해 돌을 굴렸나’, 창작집단 여름밤의 ‘그때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사라져간다’, 극단 풍덩의 ‘자소서_찐최종_복구됨’이 참여한다.


김 위원장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작품 정보와 영상 자료를 미리 제공하고 쇼케이스 관람을 거쳐 각 축제가 초청할 팀을 선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중국·독일 축제와 내년 공연을 연계하고, 스페인·싱가포르 등으로도 교류를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쇼케이스는 작품 홍보의 자리이자 실제 초청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내 참가작의 경쟁력으로는 대사 이외의 무대 표현이 제시됐다. 전쟁이 은폐한 진실을 다루는 ‘기념비’는 강렬한 신체 표현을, 복수와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시지프스는 무엇을 위해 돌을 굴렸나’는 비디오아트와 입체음향, 향을 결합한 다감각적 구성을 앞세운다. 언어가 다른 관객에게도 작품의 감각과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는 기대다.


(왼쪽부터) 아스트리드 마트론 주한독일문화원 동중앙아시아지역 문화부장, 백남영 예술감독김도형 서울연극협회 회장 겸 ST-NOVA 집행위원장, 황태선 집행위원.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

이날 작품 소개에서 전쟁과 복수, 상실 등 무거운 주제가 이어지자 황태선 위원은 이를 전달하는 형식에도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명은 굉장히 어둡게 했지만 실제로 작품 하나하나의 매력이 대단하다”며 “대사를 빼고 나서도 퍼포먼스 자체에 경쟁력이 있는 네 작품이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관객에게 작품을 소개하려면 표현 방식뿐 아니라 현지 축제의 선정 기준과 제작 여건을 파악하는 일도 필요하다. 행사의 마지막 날 열리는 글로벌 라운드테이블과 포럼에서는 해외 축제가 어떤 작품을 고르는지, 실제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논의한다. 해외 프로그래머와 국내 창작자가 공연 관람 이후에도 제작·기술·행정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조건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마트론 문화부장은 “연극은 언어를 넘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의 형태”라며 독일 피지컬 시어터 초청에 기대를 표했다. 이어 “ST-NOVA가 일회성 교류가 아닌 장기적인 교류를 위한 시작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회 ST-NOVA는 오는 16일부터 11월 9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202, 서울예술인지원센터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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