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2017년 '길' 이후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송일곤 감독 "김혜자 캐스팅, 살면서 가장 힘들었다"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은 배우 김혜자가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부산 관객 앞에 섰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야외무대인사에는 송일곤 감독과 배우 김혜자, 박서경, 최주은, 문성현, 이세영이 참석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인 이 영화는 생애 가장 빛났던 시절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순옥(김혜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혜자의 영화 출연은 2017년 ‘길’ 이후 9년 만이다.
단편 ‘소풍’으로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장편 데뷔작 ‘꽃섬’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젊은 비평가상을 받은 송 감독은 이번 작품을 “그리움과 기억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김혜자 선생님의 시선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할 수 있는지, 사랑이 담긴 기억을 잊지 않으려 어떻게 애쓰는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원작은 낭독극 형식의 희곡이다. 송 감독은 “연극 대본에 담긴 마음이 너무 올곧고 예쁘고 감동적이어서, 많은 관객이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DB
이날 관심은 단연 김혜자의 캐스팅 과정에 쏠렸다. 송 감독은 “살면서 가장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선생님이 최근 드라마 이후 활동을 쉬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다. 연희동 댁 앞에 핀 이름 없는 들꽃처럼 있고 싶다며 돌려보내셨다”고 전했다. 김혜자는 지난해 방송된 ‘천국보다 아름다운’ 이후 휴식을 원했던 상황이었다.
송 감독은 “순옥이 어떤 인물인지 최선을 다해 편지를 써 드렸는데 그래도 돌려보내셨다”며 “여섯 번 정도 댁에 찾아가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 작품을 하셔야만 하는 명분을 전했다”고 했다. 결국 김혜자는 “이 작품이 가진 울림이나 나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출연하겠다”며 마음을 열었다. 송 감독은 “가장 어려웠지만 드라마틱한 캐스팅이라 영광이었다”며 “선생님을 클로즈업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순옥의 손녀 지안 역을 맡은 이세영은 “크리스마스에도 촬영했는데, 저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며 “오래전부터 선생님의 팬이라 꼭 한 작품에서 만나 배우고 싶었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늘 부러웠다.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순옥의 열일곱 살 시절도 비춘다. 17세 순옥을 연기한 박서경은 “위안부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게 위주가 아니라, 당시 소녀들이 우리와 같은 소녀였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며 “인물이 역사적인 부채를 안고 살아가지 않도록 소녀 그 자체로 존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17세 정임 역의 최주은은 “감독님이 시골 소녀니까 메이크업을 최대한 하지 말고 까맣게 태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그래서 정임이가 더 마음 아프게 보이는 지점이 있어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소녀의 인연이 된 소년 두영 역의 문성현은 최근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무대를 마치고 스크린으로 향했다. 그는 “경상도가 배경이라 경상도 남자의 정서와 말투를 살리고, 여배우들 사이에서 믿음직한 분위기를 내려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김혜자는 “나는 영화를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엄청 망설이다 했다”며 “작품이 너무 좋다. 이 영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어루만져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송 감독은 “이상하게 이 영화는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다 이뤄지는 기적적인 순간이 많았다. 전 스태프가 울면서 마무리까지 작업했다. 그 진심이 잘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영화제 기간 10일과 13일에도 상영되며, 오는 21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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