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금지 본격화…소각시설 현대화·처리능력 재점검 시급, 환경시설 갈림길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 인천시 제공
인천의 환경시설이 갈림길에 섰다.
생활폐기물을 땅에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각과 자원화를 중심으로 처리체계를 전환해야 하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다.
문제는 새로운 처리체계의 핵심축인 소각시설 역시 상당수가 장기간 가동되면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일 인천환경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청라·송도·신항 등 주요 생활자원순환시설을 통해 하루 약 1050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연간 처리 목표도 약 25만 1000톤에 이른다.
겉으로 보면 처리 기반이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시설의 ‘명목상 용량’이 아니라 고장과 정비가 발생했을 때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 능력이다.
소각시설은 365일 가동을 전제로 운영되지만 모든 설비가 동시에 정상적인 처리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소각로와 폐열보일러, 화격자, 투입설비 등 핵심 장치의 정비가 진행되면 일정 기간 처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인천시는 청라·송도 자원환경센터의 노후설비 교체와 성능 개선을 위해 지난 2024년 83억원을 투입했다.
노후설비 교체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청라와 송도 시설에서는 소각로 화격자와 구동부, 내화물, 투입설비 등 주요 설비에 대한 교체·보수가 연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존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제는 시설별 수명을 연장하는 단기적인 보수와 함께 중장기적인 현대화 전략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직매립 금지 이후에는 처리시설의 작은 차질도 전체 폐기물 처리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청라와 송도 등 주요 시설 가운데 한 곳이라도 장기간 가동률이 떨어질 경우 다른 시설이 물량을 추가로 처리하거나 외부 처리에 의존해야 한다.
결국 운반비와 처리비 증가, 행정비용 확대 등 연쇄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환경시설 정책은 단순히 ‘몇 톤을 처리할 수 있는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상시 처리능력은 물론 정기보수와 돌발고장 상황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예비 처리능력, 시설별 가동률, 노후설비 비중, 교체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자원순환 체계의 전환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소각 이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단순히 최종 처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각재 재활용과 폐열 회수 등 자원화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인천환경공단은 소각재 재활용을 확대해 매립량을 줄이고,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난방 등에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처리시설을 단순한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을 회수하는 순환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설의 안정적인 가동이 전제돼야 한다.
노후화된 설비가 반복적으로 멈추거나 처리효율이 떨어지면 자원화 사업의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인천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기존 시설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어느 시점에 대규모 현대화 또는 교체에 나설 것인지, 부족한 처리능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특히 시설 투자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신규 시설을 늘리는 방식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존 시설의 성능개선에 필요한 비용과 신규 시설 건설비, 시설별 운영비, 예상 폐기물 발생량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가장 안정적인 처리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주민 수용성도 핵심 변수다.
소각시설 현대화나 신규 시설 건립 과정에서는 악취와 대기오염, 교통량 증가 등에 대한 주민 우려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설의 환경정보와 배출자료, 안전관리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인천시는 시설별 설치연도와 처리용량, 실제 가동률, 최근 5년간 고장 및 가동중단 현황, 유지보수비, 주요 설비 교체 이력, 향후 교체 예상시점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이후까지 내다본 환경시설 현대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직매립 금지는 단순히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이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얼마나 자원으로 되돌리며, 어떤 환경 인프라를 갖출 것인지에 관한 도시의 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노후시설을 그때그때 고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제는 ‘고장 나면 수리하는 환경시설’에서 ‘고장을 전제로도 멈추지 않는 환경 인프라’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면서 “직매립 금지 시대, 인천 환경시설의 새판짜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