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작극"·합참 "사과하라"
李, 진수식·SNS서 北 언급 無
대응은 軍에…대통령은 한발 뒤로
'서해 피격' 전례에 靑 부담 있나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월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안전항해 기원의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과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한 날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대신 '자주국방'을 꺼냈다. 대북 대응은 군에 맡기고 대통령 본인은 장병 위문과 국방력 메시지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월 30일 오전 7시께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사고를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고 규정했다. 김 부부장은 "가차 없는 보복"까지 거론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날 강현우 작전본부장 명의로 대북 성명을 내고 북한에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같은 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 "유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이지스구축함 '대호 김종서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축사에서 북한이나 지뢰 사고는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남의 힘에 기댄 안보는 그 나라의 사정이나 상황이 바뀌면 함께 흔들린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 유무인 전력 모함 등 자주국방의 핵심 전력을 꾸준하게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같은 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도 북한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세종대왕함 이후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이지스함인 대호 김종서함으로 "19년에 걸친 이지스함 건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빌려 쓰던 시절이 있었고, 사다 쓰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최첨단 군함을 스스로 설계하고, 스스로 건조해, 스스로 운용하는 나라"라며 "자주국방은 곧 주권"이라고 적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조사 미완료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해 "선(先) 진상 규명, 선조사 이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그에 따라 응분의 필요한 조치를 분명하게 취할 것"이라며 "청와대 입장은 이것에 대해 미온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군은 군대로 현장을 조사하는 중이고, 합당한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며 "이 사안에 대해 다양한 대응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도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진상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현재 상태에서 대응 수위나 방안을 말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속내는 대통령 발언의 무게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여정이 '보복'까지 꺼낸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규탄에 나서면 거둬들이기 어려운 마지막 카드가 된다. 군 성명은 그 아래 단계다. 대응 창구를 합참으로 두고 수위를 조절하는 한편, 남북 긴장 완화를 강조해 온 정부 기조와의 충돌도 피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이 대통령은 진수식에 앞서 이날 오전 국군수도병원을 비공개로 찾아 부상 장병들을 위문했다. 김성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부상 장병에 대한 예우와 치료 지원을 각별히 챙기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배경으로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연상된다.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 연설이 방송됐다. 정부의 사건 공개가 그 뒤로 밀리면서 늑장 공개·은폐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고도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발생했고 야권이 유엔 연설 일정 때문에 조사가 늦어진 것 아니냐고 문제 삼으면서 당시와 비슷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해외 순방 중에 벌어진 사고인 데다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 피격 사건을 연상시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 대응하면 지지율이 악화될 수 있다. 여론을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통수권자로서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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