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한 축인데…국립대만 키우다 사립의대 고사 우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29 11:08  수정 2026.09.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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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중심 지역 필수의료 개편…중증·응급 역량 강화

사립대병원도 공공의료 한 축이지만 정책 참여·지원에는 한계

“국립·사립 구분보다 기능 중심의 참여·협력체계 필요”

서울 소재 의과대학 ⓒ뉴시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와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진료 역량과 인력을 확충해 지역 필수의료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립의대와 사립대병원도 지역 필수·공공의료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도 관련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6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학병원 종합적 육성방향’을 발표했다. 지역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거점으로 육성해 중증환자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병원별 특화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우수 의료인력의 지역 정착을 위해 전임교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민간 병원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건비 규제도 개선한다. 현재 10병상당 2.3명인 지역 국립대병원 전문의를 서울 주요 5대 병원 수준인 4.3명까지 늘리고, 로봇수술기와 암 치료 장비 등 첨단 의료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지역의사제와 연계해 의료인력의 교육·수련부터 지역 정착까지 지원한다.


문제는 이 구상에 지역 필수·공공의료를 분담하고 있는 사립대병원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립대병원 역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공공의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사립대병원이 주요 필수의료 기관으로 기능하는 곳도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최근 공개한 ‘사립의과대학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병원은 감염병 관리와 호스피스, 장애인 진료, 응급·외상·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급성중독환자 치료거점병원,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립의대도 의료취약지역 현장 실습과 지역사회 연계 교육 등을 통해 지역 의료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역할에 비해 정책 참여 기회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정책과 지원이 국립대와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사립의대와 사립대병원의 역할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공공의료 관련 정책과 사업 구조는 국립대학 및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지역에 따라서는 특정 국립대병원에 공공의료 사업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립의과대학이나 사립대병원이 동일 지역 내에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할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정책 참여 기회가 제한되거나 공공의료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지역 전체의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인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립대병원의 처우가 개선되더라도 수도권 의료진이 지역으로 이동하기보다 같은 지역 내 사립대병원 의료진이 옮겨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사립대병원에서는 정책 지원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립대병원의 처우가 개선돼 수도권 의료진이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인근 사립대병원 의료진이 옮겨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지역 내 의료진의 연쇄 이동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정 병원의 인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전체의 의료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에서 이미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함께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마다 의료기관의 구성과 진료 여건이 다른 만큼 국립과 사립이라는 설립 주체보다는 실제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한림원도 공공의료 관련 공모사업에 사립의대와 사립대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립대병원만으로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사립대병원이 의료 공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높이는 것과 함께 지역에서 이미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병원의 역할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립과 사립이라는 구분보다는 각 의료기관이 가진 기능과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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