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의·지원중단 권한 없어
금융위 “국민연금과 목적 달라”
위험 판단 후속조치 연결은 과제
박상진(왼쪽 일곱번째부터) 산업은행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성장펀드가 다음 달부터 기존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의 2단계 의사결정 체계에 리스크관리위원회(리스크위)를 추가한다.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위험요인을 별도로 살펴 투자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리스크위가 위험을 지적하더라도 이를 실제 투자 판단에 반영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나 재심의 등 후속 조치는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의원실이 한국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스크위는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해당 사업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재무 상태뿐 아니라 평판과 지배구조, 법률·규제 문제, 정책에 맞는 사업인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는 없는지 등을 따진다.
현재 국민성장펀드 자금지원 의사결정은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리스크위가 직접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으며, 사업을 다시 심의하거나 지원을 중단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없다.
리스크위는 자금지원 이전에 재무·비재무 리스크가 발견되면 대응방안과 함께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에 전달한다.
문제는 리스크위가 특정 사업에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더라도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가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위험 요인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이보다 지원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계획대로 대규모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안건을 다시 살펴보거나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보완 절차도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리스크가 큰 사업에 조건을 붙여 승인하거나 지원 조건을 바꾸는 구체적인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산은은 조정훈 의원실에 “관련 규정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실제 운영 방식은 향후 정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리스크위에 투자 결정권을 쥐여주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견해다.
리스크위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발견되면 최종 심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판단하면 된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설계하면서 국민연금 등의 사례도 참고했다.
국민연금에서 운영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위험관리 기본방침과 위험·손실한도, 위험관리체계 등을 심의·의결한다.
별도 전담조직이 실제 운용 과정에서 위험이 정해진 한도를 넘는지 계속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고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는 이와 달리 개별 자금지원 사업의 위험을 리스크위가 먼저 살펴 의견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국민연금 사례를 참고했지만 두 기금의 성격이 달라 위험관리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지만 목표가 국민성장펀드와 다르다”며 “국민연금은 국민 자금을 적정한 위험 범위 안에서 운용해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게 목표지만, 국민성장펀드는 신산업 육성 등 산업·금융정책상 필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개별 투자 건을 공개하지 않는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승인 건마다 지원 내용과 취지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위를) 운영해 가면서 거버넌스상 보완할 부분은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리스크위가 위험을 찾아냈다면 이를 자금지원 결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훈 의원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위원회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발견된 위험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리스크위가 위험을 확인해도 재심의나 지원 중단을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면, 그 판단이 지원조건 변경이나 보완조치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명확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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