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달았지만 '엔진' 없는 중수청…'개문발차'도 힘겹다 [기자수첩-사회]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9.29 07:01  수정 2026.09.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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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핵심 담당할 평검사 1차 특례임용 지원자 40여명에 그쳐

법조계 안팎서 "'전관' 때문에 중수청 지원했을 것" 풍문도

중수청 수장, 출범 나흘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공석' 상태

서울 중구 을지로 르네스퀘어에 입주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데일리안DB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개편. 그중 하나로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숱한 정치적 진통과 사회적 논쟁을 거쳐 마침내 역사적인 첫발을 떼는 순간이지만 막상 닻을 올릴 채비를 하는 중수청 안팎은 기대와 설렘보다 짙은 우려와 탄식으로 뒤덮여 있다.


가장 치명적이고 시급한 문제는 수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검찰 쿠팡 봐주기 외압 의혹'을 폭로한 문지석 수원고검 검사, 강력·마약 수사를 담당해온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1부본부장 등이 중수청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밤낮없이 발로 뛰며 방대한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피의자와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여야 할 '허리'가 텅 비어있다. 실무의 핵심을 담당할 평검사들의 경우, 검사 출신 1차 특례임용 대상자 80명 중 절반 수준인 40여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2차 특례임용을 진행했음에도 검찰 출신 특례임용 지원자는 1962명에 불과하다. 전체 중수청 정원인 2874명의 68.3%에 그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히 머릿수가 부족한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인력난의 이면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중수청 수사관 경력을 이른바 '희소성 있는 스펙'으로 삼아 훗날 변호사 개업 시 전관을 노리고 진입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권력형 비리와 중대 범죄를 엄단해야 할 국가 최상위 수사기관이 일부 법조인들의 '몸값 띄우기용 징검다리'나 '정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냉소마저 나오고 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군다나 중수청은 현재 수장이 비어있는 상황이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속 청와대의 추가 검증까지 겹치면서 개청 전 중수청으로 넘어오는 사건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범과 동시에 일단 달리면서 궤도를 수정한다'는 식의 '개문발차(開門發車)'조차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현장에서는 나온다. 문만 열어둔 채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멈춰 서 있는 '깡통 차'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중대범죄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과 치밀함, 그리고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기동력이 생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수사 한번 해보기도 전에 거대한 사법 체계 개편의 야심 찬 실험이 동력을 잃고 표류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화려하게 내건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실제 작동시키는 내실 있는 엔진이다. 우수한 전문 수사 인력들이 기꺼이 중수청에 합류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보상 체계와 강력하고 정교한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


몇 개월 전 검찰 출신 변호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왜 멀쩡하게 수사를 잘 하고 있는 검찰을 없애야 합니까?"


중수청이 이 물음에 제대로 된 답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웅장한 간판과 화려한 임명장만으로는 결코 교묘해지는 중대 범죄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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