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상징 '朴' 폄훼에 총공세
지도부 "보수층 받아들이기 어려워"
"朴, 산업화 이룬 주역…폄훼 안 돼"
與 "싸우다 싸우다 영화와 싸우나" 조롱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 27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인 탓에 당내에선 '음해 공작'이라는 반발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8일 영화 암살자(들)이 사건의 배후가 박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음해하는 아주 교묘하고 교활한 이미지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미디어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북한의 지령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명확한 사건임에도 '박정희 배후설'을 제기한 것은 영화적 표현이라고 해도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은 지난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박 전 대통령 대신 옆에 앉은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 소위 '박정희 배후설'은 박 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자작극을 펼쳤다는 주장인데, 그동안 단지 음모론으로만 치부됐다.
영화도 초반 '픽션'(허구) 전제했지만, 국민의힘은 미디어의 파급력이 큰 만큼 이를 역사적 사실로 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로서 청소년들이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구별할 수 있겠나"면서 "영화적 상상이 어느 순간 '숨겨진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진숙 의원도 "영화가 허구라고 하는데, 이걸 진짜로 믿는 '개념' 관객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암살자(들)은 허구고,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해야 한다. 역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한 영화는 상영 중단시키라고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암살자(들) 영화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현재도 당에 영향력을 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다. 당내에선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보수 진영을 흔드는 것이라고 보는 만큼,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보수 정당으로서 박 전 대통령,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분은 아직도 크다"며 "박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부분이 보수층 사이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주역을 정치적 폄훼를 넘어 정치적 선동·선전으로 바꿔놓은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정권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암살자(들)에 대한 비토를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 거센 이유도 보수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을 폄훼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당 소속 의원들은 계파와 무관하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본지는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암살자(들)'의 감독인 허진호씨를 증인·참고인으로 국정감사에 부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문체위 야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도 자칫 영화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허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부에선 암살자(들)이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로 유포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위반 시 4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특별법이 있다"며 "이 특별법의 의미는 모든 역사적 사실에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만큼, 영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더라도 역사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 역시 범죄"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이 영화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확인될 경우, 불매운동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보지 않습니다. 예매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암살자(들) 포스터를 공유했다. 지도부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파악한 만큼, 향후 반대 여론이 확인되면 당 차원에서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발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반응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DNA는 음모론 제기와 공작"이라면서 "음모론과 공작에 기대서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는 게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는 싸우다 싸우다 영화와 싸우나"라면서 "암살자(들)은 허구인데 긁어 부스럼 만들어 좋을 게 있는가. 암살자(들) 보러 가야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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