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다윗 KIDA 선임연구원 "이제는 경제안보…군사력 넘어 산업·첨단과학기술 지켜야"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09.27 07:00  수정 2026.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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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키는 문제와 먹고사는 문제 완전 분리해 보기 어려운 시대"

"국가 핵심 산업 기능 흔들린다면 안보에도 직접적 영향 줄 수밖에"

"경제 분야에서도 일정한 영역은 안보의 관점에서 국가 차원 접근"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경제안보'를 연구하는 신다윗 선임연구윈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바름 기자

안보(安保)의 전통적 개념은 국민의 주권을 보호하고,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의미다. 국가적 개념으로서의 안보는 오랫동안 다른 국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뜻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를 위협하는 수단은 군사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관세와 수출통제, 첨단기술 규제, 투자 제한, 공급망 재편 등 경제와 기술 영역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도체와 에너지, 핵심광물, 인공지능(AI)과 같은 요소들이 한 국가의 산업뿐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되는 시대다.


국방부 산하 전략·정책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신다윗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경제안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약 2년동안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하며 국방정책 수립과 결정에도 기여했다. 국방정책을 다루면서 그의 시선에 들어온 건 군사력 그 자체를 넘어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과 첨단과학기술이었다. 우리 군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던 그에게 경제와 첨단산업은 전통적인 안보가 아닌, 확장된 안보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방의 다양한 요소들은 기술적으로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이는 곧 국가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중 기술경쟁과 코로나19를 거치며 나타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탄약 생산능력과 드론의 중요성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구체화했다. 신 연구원은 여러 산업 가운데서도 특히 반도체, AI, 핵심광물, 에너지, 우주항공 분야는 경제안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신다윗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경제안보는 어떤 의미인가.


"경제안보는 외부의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의 경제활동 등 일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라고 본다. 전통적으로 안보라고 하면 전쟁이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문제를 먼저 생각했다. 그것은 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다.


오늘날에는 국가를 움직이는 요소 자체가 훨씬 복잡해졌다.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거나 전력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가 끊기거나 데이터와 통신이 마비되면 전쟁이 발생하지 않아도 국민의 생활과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시장과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영역까지 국가가 모두 개입해서도 안 된다. 다만 특정 품목이나 기술, 인프라의 중단이 국가의 핵심 기능과 국민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는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경제안보는 그런 전략적 취약성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은 나라를 지키는 문제와 먹고사는 문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Q.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해 보자. 단순히 주유소의 기름값만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으로 충격이 이어지고,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섬유, 화학제품 등 수많은 제조업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한국의 산업도 다른 국가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년 미국이 수입한 제트연료의 71%가 한국산이었다. 한국의 정유산업이 국내 경제에만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핵심광물도 마찬가지다. 텅스텐과 희토류, 베릴륨 같은 핵심광물의 공급이 불안해지면 방산과 반도체, 배터리, 첨단제조 등 여러 전략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수 에너지와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경제안보'를 연구하는 신다윗 선임연구윈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바름 기자

이런 문제가 개별 기업의 조달 문제를 넘어 국가의 핵심 기능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면 시장과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 산업의 기능이 흔들린다면 국가경제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 분야에서도 일정한 영역은 안보의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에너지와 상당수 핵심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그 지점에서 경제와 안보가 만난다."


Q. 언제부터 경제를 안보 차원에서 걱정하게 됐나.


"경제안보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생긴 관심 분야는 아니다. 경제안보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시기는 2017~2018년 전후다. 미중 전략경쟁과 무역·기술 갈등이 본격화되고, 이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공급망과 기술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실제로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안티모니·텅스텐·희토류 등 핵심광물에 잇따라 수출통제를 도입했고, 2024년에는 일부 품목의 미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도 국방 공급망에서는 중국산 텅스텐을 배제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중국산 텅스텐을 국방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있다. 현재 중국 등 지정 국가에서 생산된 텅스텐 금속분말과 텅스텐 중합금 등의 조달을 제한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채굴·정제·분리 단계까지 제한 범위가 확대된다.


과거 자유무역 체제에서는 가격과 효율성이 공급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그것 자체가 상대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가 모두 분리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주요국도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보다는 핵심 분야에서 위험을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고 있다."


Q.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강점과 취약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석유화학, 원전, 방산 등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이를 제조하기 위한 핵심광물 등 원자재와 에너지는 해외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원료를 수입해 높은 기술력과 제조역량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다시 세계에 수출해 먹고사는 나라다. 공급망이 안정적일 때는 이것이 경쟁력이지만, 지정학적 갈등이나 수출통제로 공급망이 흔들리면 동시에 취약성이 될 수 있다.


핵심광물을 예로 들어보자. 핵심광물은 AI와 첨단산업 시대에 전략자원이다. 반도체 제조에는 다양한 핵심광물이 필요하고, 전력망에는 구리가, 각종 모터와 전자장비에는 희토류가 사용된다. 즉, AI와 로봇, 우주항공, 방산 등 미래 산업이 성장할수록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자원구조다. 2025년 기준 니켈·리튬·망간·코발트·희토류·텅스텐의 정광 기준 수입의존도는 모두 100%다. 특히, 중국 수입의존도도 수입금액 기준 흑연 70.9%, 텅스텐 69.3%, 희토류 49.5%, 리튬 46.9%에 달한다. 핵심광물의 해외의존도는 언제든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 중국발 요소수 사태와 일본발 화이트리스트 규제를 생각해보면 된다."


Q. 경제안보로 어떤 분야를 설정해야 하나.


"대한민국은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온 국가이고 앞으로도 이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안보적 취약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우선 특정 원자재나 기술의 공급이 중단됐을 때 국민생활이나 국가경제,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위험의 성격에 따라 대응수단도 달라야 한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단기간 공급중단 가능성이 큰 품목은 비축을 확대할 수도 있다.


동시에 국제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우방국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자원보유국, 기술보유국과 공급망을 연결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AI, 핵심광물, 에너지, 우주항공 분야는 경제안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들 산업에서 어디까지를 ‘안보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군사·안보 목적으로 활용되는 위성체계, 반도체 분야에서는 보안 기준이 적용되는 국방 반도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방부와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논의해 안보 차원에서 지켜내야 할 산업들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는 산업을 국방이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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