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뜬 '남대문 투어'…사우나템부터 옥반지까지
2시간 동안 2만7000원 쇼핑…고물가 속 가성비 매력
디깅 소비와 맞물려 추석 나들이 코스로 주목
최근 '사우나템'을 찾아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20·30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서울 남대문시장을 하루 동안 돌아보는 이른바 '남대문 투어'가 새로운 나들이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명절 장을 보거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발굴하고 쇼핑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기는 젊은층의 놀이터로 재해석되는 모습이다.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숭례문수입상가에서 옥반지를 고르는 것을 시작으로 사우나용품점과 그릇 도매상가, 꽃시장 등을 둘러본 뒤 남대문시장에서 식사까지 즐기는 이른바 '남대문 투어' 코스가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는 관련 게시물이 약 30만개 올라와 있을 정도다.
이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남대문시장을 직접 찾아 사우나용품점부터 그릇 도매상가, 문구점, 옥반지 판매점까지 둘러보며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남대문 투어'를 체험해봤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최근 SNS에서 귀여운 사우나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제일상회'와 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가판대였다.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때밀이부터 다양한 모양의 수세미, 목욕용품 등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생활용품이지만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더해지니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민 끝에 수세미와 컵받침대를 구매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목욕가방과 때밀이 등 일상적인 목욕용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는 이른바 '사우나템'이 인기를 끌면서 남대문시장에서도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예전에는 나이 든 손님들밖에 없었는데 요즘에는 주말 손님의 70~80%가 젊은 사람들"이라며 "사우나템이 유행하면서 이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방문객도 과거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이런 물건을 안 파는 곳이 없을 정도"라며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아기자기한 식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남대문시장 그릇 가게였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아기자기한 식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남대문시장 그릇 가게였다.
퇴근 후 방문한 탓에 대부분의 점포가 영업을 마무리하고 있었지만, 문을 닫기 직전이었던 '보물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매장 안에는 접시와 컵, 수저받침 등 다양한 디자인의 식기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귀여운 오리 모양의 수저받침이었다. 가격은 개당 4000원. 두 개를 골라 총 8000원에 구매했다.
영업 종료를 앞둔 시간이었지만, 매장에는 식기를 구경하러 온 20대 방문객들의 발길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었다.
해당 가게의 사장님은 최근 SNS를 통해 매장이 알려지면서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주말에는 정신 없이 바쁘다"라고 웃어보였다.
계산을 마치자 사장님은 귀여운 비누 하나를 선물로 건넸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한 데다 예상치 못한 선물까지 받으니 쇼핑의 즐거움이 배가 됐다.
그릇 쇼핑을 마친 뒤에는 인근 문구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최근 말랑이의 뒤를 잇는 장난감으로 주목받는 '슬랑이'를 구매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옥 소재 액세서리를 패션에 활용하는 이른바 '옥 코어(Jade-core)'가 유행하면서 옥반지를 찾아 남대문시장을 찾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마지막 목적지는 남대문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옥반지 쇼핑이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옥 소재 액세서리를 패션에 활용하는 이른바 '옥 코어(Jade-core)'가 유행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뷔와 배우 고윤정 등이 옥반지를 착용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윤공방과 옥공예사, 보경사 등이 옥반지 쇼핑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만 이날은 방문 시간이 늦어 해당 점포들을 둘러보지 못했다.
대신 인근에서 잡화를 도매로 판매하는 '남대문 블루'를 찾았다. 이곳에서도 최근 옥반지 유행에 맞춰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에는 최소 2000원부터 3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옥반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곳에서 8000원짜리 보라빛 옥반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남대문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세미와 컵받침대, 오리 수저받침, 슬랑이, 옥반지 등을 구매했다. 쇼핑에 사용한 돈은 총 2만7000원에 불과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이렇게 약 2시간 동안 남대문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세미와 컵받침대, 오리 수저받침, 슬랑이, 옥반지 등을 구매했다. 쇼핑에 사용한 돈은 총 2만7000원에 불과했다.
직접 경험한 남대문 투어의 가장 큰 매력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SNS에서 미리 찾아본 상품을 실제 매장에서 발견하는 재미와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남대문시장이 젊은층의 새로운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물가 속 달라진 소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비싼 상품 하나를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여러 물건을 구매하고, 수많은 상점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직접 발굴하는 이른바 '디깅(Digging)'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데 그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상점마다 다른 상품을 비교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
남대문시장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밀집해 있어 이러한 소비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사우나용품부터 식기, 액세서리, 문구류까지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데다 갈치골목과 칼국수골목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여기에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장 곳곳에 숨은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하나의 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과거 명절 장보기의 대표적인 공간이었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젊은층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즐기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대문 투어는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가 있는 것 같다"며 "깔끔하게 정리된 대형마트와 달리 복잡한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SNS에서 본 가게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장이라고 모든 상품이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SNS를 통해 가격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소비 방식이 고물가 기조와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