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1500만명 육박…항공사, 좌석 넘어 ‘여행 경험’으로 승부
미식·환승·기내 체험·K콘텐츠까지…비행기 밖으로 넓어진 경쟁 무대
에어프랑스·KLM, 프렌치 럭셔리와 스마트한 여행으로 차별화
파라타항공·싱가포르항공, 브랜드 협업과 한국 맞춤형 혜택 강화
ⓒ에어프랑스
올해 상반기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이 1500만명에 육박하면서 항공사들의 경쟁 무대가 항공기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좌석과 기내식 등 전통적인 서비스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자 여행 준비부터 공항 이동, 기내 체류, 현지 관광에 이르는 전체 여정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약 1496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항공권 가격이나 운항 횟수뿐 아니라 어떤 여행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항공사 선택을 좌우하는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에어프랑스, 비행 전후까지 ‘프렌치 럭셔리’
최상위 객실인 ‘라 프리미에르’ ⓒ에어프랑스
에어프랑스는 항공기 탑승부터 프랑스 현지 여행까지 이어지는 고객 경험에 자국의 미식과 문화적 색채를 입히고 있다. 단순히 파리까지 승객을 운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행 자체를 프랑스 여행의 시작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은 최상위 객실인 ‘라 프리미에르’다. 좌석 하나가 항공기 창문 5개에 걸쳐 배치된 독립 공간으로 구성되며 암체어와 약 2m 길이의 풀플랫 침대를 따로 갖췄다. 커튼을 이용해 외부와 분리된 개인 공간도 만들 수 있다. 라 프리미에르는 뉴욕과 싱가포르,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도쿄, 아비장, 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운영된다.
프랑스 미식도 주요 경쟁력이다. 미슐랭 3스타를 포함한 유명 프랑스 셰프들과 협업해 기내식과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다. 라 프리미에르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의 메뉴와 프랑스 믹솔로지스트 마티아스 지루가 개발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제공한다.
장거리 비행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도 강화했다. 올해 애플TV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도입했으며 장거리 항공편에서 영화 약 310편을 포함한 1500시간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타링크 기반 무료 초고속 기내 와이파이도 순차적으로 확대해 웹 검색과 메시지 전송은 물론 스트리밍과 온라인 게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에어프랑스의 서비스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이어진다. 지난 7월 선보인 ‘파리 스톱오버’를 이용하면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환승 시간을 늘려 1∼4박 동안 파리에 머물 수 있다. 숙박과 함께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센강 크루즈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국영철도와 운영하는 ‘트레인+에어’는 항공과 철도를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한다. 항공편과 열차를 한 번에 예약할 수 있고 지연으로 연결편을 놓치면 대체편을 제공한다. 항공사의 역할을 공항과 공항 사이의 이동에서 프랑스 전역을 잇는 여행 설계로 확장한 셈이다.
KLM, 환승 시간까지 아끼는 ‘스마트 여행’
ⓒKLM
에어프랑스와 2004년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된 KLM은 다른 방향으로 브랜드 색깔을 드러낸다. 에어프랑스가 프랑스 특유의 고급스러운 경험을 내세운다면 KLM은 효율적인 운항 시간과 허브 연결성, 실용적인 혜택에 집중한다.
KLM은 인천에서 밤에 출발해 암스테르담에 이른 시간 도착하는 스케줄을 운영하고 있다. 승객은 도착 당일부터 현지 일정을 시작하거나 스키폴 공항에서 유럽 내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시간을 숙박 시간과 겹치게 해 여행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젊은 여행객의 실제 이용 패턴을 반영한 운임도 선보였다. 에어프랑스-KLM은 올해 만 12∼24세가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운임과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만 18∼29세 대상 학생 운임을 개편했다.
두 운임 모두 일반 운임의 수하물 허용량에 23㎏짜리 위탁 수하물 1개를 추가할 수 있다. 항공편을 변경할 때도 운임 차액을 제외한 별도 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짐이 많고 체류 기간이나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큰 유학생과 교환학생을 겨냥한 혜택이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대륙간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델프트 블루 하우스’에는 KLM의 네덜란드 정체성이 담겼다. 네덜란드의 실제 건축물을 본떠 만든 미니어처 하우스로 1950년대부터 제공해왔다.
매년 창립기념일인 10월 7일 새로운 하우스 하나를 공개하는 것도 전통이다. 실제 건축물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기념품에 녹여내면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기 전부터 네덜란드의 문화와 역사를 접하도록 했다.
파라타항공, 기내를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파라타항공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좌석 ⓒ파라타항공
국내 항공사인 파라타항공은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을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넓은 좌석이나 우선 탑승 같은 기존 혜택에 체험 요소를 더해 비즈니스 클래스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소니코리아와 손잡고 인천∼푸꾸옥·다낭 노선의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승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기내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객실 승무원이 제품을 소개한 뒤 원하는 승객에게 소니의 플래그십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승객은 기내 소음을 줄인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서비스의 체감 품질을 높이고, 협업 브랜드에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제품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파라타항공의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는 우선 체크인과 우선 탑승, 우선 수하물 처리, 전용 기내식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브랜드 협업을 접목해 단순히 좌석이 넓은 상품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항공, 한국 콘텐츠부터 카드 혜택까지
싱가포르항공이 지난해 한국 취항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기내식 ⓒ싱가포르항공
싱가포르항공은 한국 고객을 겨냥한 현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공통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한국 승객이 기내에서 즐기는 콘텐츠와 음식, 일상적인 소비 방식까지 반영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크리스월드’에서는 19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매월 10편 이상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새롭게 추가하는 등 K-컬처 콘텐츠 비중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승객의 입맛을 고려한 한식 기내식 역시 정기적으로 개발하고 메뉴를 바꾸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라이프스타일 리워드 플랫폼 ‘크리스+’를 통해 국내 호텔과 레스토랑, 관광시설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와 제휴한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이용하면 일상 소비로도 크리스플라이어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해당 카드 본인 회원에게는 인천·김해공항 전용 체크인 카운터와 우선 수하물 처리, 우선 탑승 혜택도 제공한다. 카드 사용과 마일리지 적립, 공항 서비스, 항공편 탑승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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