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묶인 韓 경제…‘물류비發 비용 충격’ 경계해야 [4분기 경제기상도]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27 07:00  수정 2026.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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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끝나지 않은 중동 위기

3배 오른 물류비 원자잿값 압박

반도체 등 증가세 이어가는 수출

전쟁 장기화 시 버틸 체력 바닥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4분기 들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동시에 뛰면서 수출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중동을 거쳐야 하는 에너지와 원자재 조달 경로까지 흔들리고 있어서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전쟁 여파가 곧바로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4분기 한국 경제 최대 변수는 ‘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선박들이 기존 항로를 피해 우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면 연료비와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선박 한 척이 운송에 투입되는 시간이 길어져 사실상 선복 공급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최근 해상운임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전쟁 전 1500p선을 오르내리던 부산발 컨테이너 해상운임 종합지수(KCCI)는 21일 현재 4760p까지 세 배 이상 올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또한 9월 들어 3600선을 넘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문제는 이 같은 물류비 상승이 해운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수출입 물동량 상당 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만큼 운임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특히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 다시 해외로 내보내는 산업 구조에서는 ‘수입 물류비 상승→생산비용 증가→수출 물류비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 노선의 운임이 크게 뛰는 것은 물론 미주·남미 등 중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항로에서도 운임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기업으로서는 운송비가 올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워 더 부담이 크다.


물류비 상승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상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연료비와 보험료가 오르면 수입 원가가 높아지고, 식품·의류·생활용품 등 수입 원재료와 완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HMM 컨테이너선(자료사진). ⓒHMM
전쟁, 확산 여부보다 지속 기간이 관건


정부가 8월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와 국제곡물·비철금속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3.1% 올랐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4분기에는 전쟁의 ‘확산 여부’보다 ‘지속 기간’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일정 기간의 운임 상승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고운임이 장기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운송비가 새롭게 반영되고, 재고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서서히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의 4분기를 온통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 경제에는 전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버팀목도 있다. 바로 반도체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20일 수출은 71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8.3% 증가하며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341억 달러로 259.4% 급증해 전체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도 23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중동지역 불확실성의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봤다. 다만 국제유가와 원유 공급 경로, 중동 상황, AI 투자 속도 등에 따라 성장률과 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 역시 9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AI 관련 투자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4분기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은 살아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경제’에 가까울 수 있다. 반도체와 AI 관련 수출이 전체 경기를 끌어주는 가운데 중동발 에너지·물류 충격이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를 압박하는 구조다.


물류비는 단순히 ‘운임이 얼마나 올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으로 발생한 높은 운송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 조달선을 다변화하고 선박·화물의 우회항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낮출 대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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