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무가구 구독시대 연다”…퍼시스, 렌탈 시장 ‘반전카드’ 될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7.29 14:24  수정 2026.07.29 14:37

43년 만에 가구 판매 넘어 ‘오피스 운영 서비스’로

제조사가 렌털·관리·회수까지 직접 책임

50인 오피스 5년 계약 시 월 120만~130만원

29일 박정희 퍼시스 대표이사가 퍼시스 비즈니스 허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오피스 구독 서비스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퍼시스

“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소유’가 아니다.”


국내 사무가구 1위 퍼시스가 가구 제조·판매를 넘어 오피스 공간 구독 서비스 사업에 나선다.


AI의 확산과 하이브리드 근무, 잦은 조직 개편으로 기업의 업무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무공간도 ‘구매 중심’에서 ‘운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퍼시스는 한 번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소유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가구 구매 이후 기업이 떠안던 초기 비용 부담과 설계 과정의 비효율을 줄이고, 오피스 운영 전반을 서비스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퍼시스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퍼시스 허브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새로운 업무환경 모델인 ‘구독하는 오피스’를 제안했다. 회사는 이번 출범을 계기로 제품 공급 이후에도 업무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퍼시스 오피스 구독 서비스는 사무가구 렌탈에 오피스 케어와 회수·순환 관리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이다. 쉽게 말해, 사무가구 공급부터 유지관리, 레이아웃 변경, 계약 종료 후 회수와 순환관리까지 오피스 전반을 책임지는 서비스 기업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한다.


가구를 구매한 뒤 조직 개편 때마다 재배치 업체를 별도로 찾고, 고장이 나면 수리업체를 부르고, 내용연수가 끝나면 폐기까지 직접 처리해야 했던 총무·자산관리 업무를 하나의 계약으로 묶었다. 관리 수요를 장기 고객 관계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판매 방식과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퍼시스는 단순한 가구 공급을 넘어 오피스 운영 전반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가구라도 공간에서 어떻게 배치·운영되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과 조직 문화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무가구 구매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유지관리와 레이아웃 변경 등 복잡한 오피스 운영을 외부에 맡길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변화하는 조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핵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퍼시스측 설명이다.


실제로 구독 서비스는 주요 기업들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


퍼시스는 올 상반기 LG전자와 대학내일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사업을 진행했고 현재도 두 기업은 동일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 범위와 운영 방식을 보완했다.


박정희 퍼시스 대표이사는 “좋은 업무환경을 만드는 일은 좋은 가구를 공급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고객이 가구를 구매한 이후 직접 감당해 온 오피스 운영의 복잡성과 부담을 덜어드림으로써, 고객의 자본과 에너지를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함철우 퍼시스 부사장이 퍼시스 비즈니스 허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구독하는 오피스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퍼시스

퍼시스가 이 같은 구독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체 연구개발과 생산 체계가 있다.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역량을 바탕으로 제조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오피스 구독 서비스의 구독료는 계약 기간과 이용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50인 규모 사무실 기준 5년 계약 시 월 구독료는 약 120만~130만원으로, 가구 구매보다 총비용은 약 20% 높지만 유지관리와 클리닝, 공간 컨설팅 등이 포함된다.


퍼시스는 구독 사업을 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계약이 종료된 제품은 회수·재사용하는 순환 체계도 구축한다. 아울러 회수한 사무가구를 정비해 중고 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함철우 퍼시스 부사장은 “AI 도입과 조직 개편은 하루 만에 일어나지만 오피스를 바꾸는 데는 몇 주, 몇 달이 걸린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소유가 아니라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가구를 만드는 것만으로 고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제품을 공급한 이후에도 변화하는 조직과 공간에 맞춰 오피스를 관리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29일 퍼시스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오른쪽부터 왼쪽) 함철우 부사장, 박정희 대표이사, 오문용 사업전략팀장ⓒ퍼시스

업계에서는 퍼시스의 이번 사업을 전통적인 가구 판매를 넘어 오피스 운영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시도로 평가한다.


정수기·비데 등 B2C 렌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 대상(B2B) 장비와 오피스 자산 구독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다만 구독 사업 확대는 단기적으로 퍼시스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가구 제작과 설치 비용은 선투입되는 반면 대금은 계약 기간인 3~5년에 걸쳐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렌털 자산의 유지관리와 회수·보관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한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퍼시스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억3713만원으로 전년 대비 73.3%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고금리와 고환율 장기화로 인해 내수 가구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퍼시스는 기업 고객의 구매 방식이 구독 중심으로 전환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조부터 연구개발, 생산, 설치, 전국 유통망까지 직접 갖춘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장기 계약에 필요한 자금과 서비스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부사장은 “가구를 납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도입부터 사용, 회수와 순환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자원순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만큼 구독 서비스를 순환경제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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