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언제 외설이 되는가”…‘선 넘는 미술사’ 출간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6.07.13 11:00  수정 2026.07.13 11:01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통제 역사 다룬 신간

19세기 후반 누드화를 둘러싼 예술가들의 저항과 도전

선 넘는 미술사. ⓒ한경아르떼

누드와 외설 사이, 예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시차가 존재한다지만 왜 어떤 예술은 검열되어야만 했을까?

지난 10일 출간된 '선 넘는 미술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예술이 때로 어떻게 통제되었고 왜 위협으로 간주되었는지, 예술가들은 어떻게 저항하며 예술이 영역을 확대 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 매우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이지호 작가의 신간인 이 책은 19세기 후반 모더니즘 시대 누드화를 놓고 벌어진 예술과 검열의 세계, 그 현장을 되짚으며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선 넘는 미술사'의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쓰였다.


오랫동안 신화와 종교의 언어로 포장된 이상적인 몸을 그렸던 누드화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몇몇의 화가들을 통해 조금씩 베일을 벗고, 때로는 추하고 욕망에 가득 찬 몸을 드러내는 담대한 표현 기법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예술과 외설 사이의 논쟁이 벌어졌고, 나체는 더 이상 찬미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근대화의 법과 종교가 들어오면서 판사들은 예술가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검열하며 위험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당대의 예술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선을 넘었고,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누드화를 그리며 규범과 한계에 도전했고 저항했다.


1912년 4월 당시 오스트리아 젊은 화가였던 에곤 실레가 체포된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그의 체포 사유는 인체는 뒤틀리고 적나라하며 성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던 나체 그림들 때문이었다.


그가 그린 나체는 유럽의 대형 미술관에 당당하게 걸린, 고전적 이상미가 구현된 아름답고 우아한 누드화와는 확연히 달랐고 이에 당국은 그의 그림을 ‘외설물’이라 규정하고 압수하는 것을 넘어 실레를 차가운 감옥에 가두고 재판을 받게 했다.


재판장은 공판 중 법정에서 그의 그림 한 점을 직접 불태우면서 ‘공공의 도덕을 타락시키는 것’이라 선언했지만 에곤 실레는 항변했다. “제가 에로틱한 성격의 드로잉과 수채화를 그린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술 작품입니다. 에로틱한 그림을 그린 예술가가 저 말고 없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음란물’ 또는 ‘포르노’로 낙인찍혀 퇴출됐던 실레의 작품은 몇 십 년 후, 현대미술의 걸작으로 격상돼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고 세계 주요 현대 미술관에 당당히 걸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에곤 실레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매우 유명한 예술가들,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당대의 젊은 화가들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이 책은 잘 보여준다.


또 체포당하고, 조롱받고, 감옥에 갇히는 등 집단 폭력의 표적이 됐던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점차 자유를 얻고 불멸의 존재가 되어갔는 지를 매우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이 책은 금기를 깨고 세상에 거침없이 도전했던 당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남겼던 누드화를 둘러싼 모든 논쟁과 스캔들이 역사 속에서 예술의 경계를 어떻게 조금씩 무너뜨리고 확장해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여정의 기록이다.


유럽의 각종 전시장은 물론 개인 화실을 넘나들며, 당대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회의 규범과 한계에 도전했고, 세상은 또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언제 외설이 되는가? 또 그 경계는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한경아르떼 펴냄. 148✕210mm. 280쪽. 가격 2만2000원.


선 넘는 미술사. ⓒ한경아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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