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20년 美 대선 개입”…부정선거 ‘음모론’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유권자 파일 2억 건 이상 탈취했다며 부정선거론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자신이 낙선한 2020년 대선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뜻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넉 달 앞두고 ‘선거 불신’을 전면에 띄운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나는 오늘 밤 우리 선거 인프라의 충격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핵심 정보의 즉각적인 공개와 비밀을 해제한다”며 “중국이 2020년 선거부터 여러 해에 걸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 데이터 침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불법적으로 미 유권자 파일 2억 2000만 건을 확보했다”며 “그 정보에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정당 선호도, 그리고 투표 등록과 그 밖의 악의적 활동에 필요한 민감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새 프로젝트를 위해 전담 데이터 활용 부서를 만들었다”고 밝혀, 중국이 이를 분석하기 위한 전담 조직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일부 정보기관 인사들이 이 같은 중국의 개입 정보를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공개하는 문서들은 정보기관의 이른바 ‘딥스테이트’ 인사들이 중국의 사악한 선거 개입 규모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억누르고 축소했으며, 대통령과 미 국민 모두에게 그것을 은폐하려 했음을 보여준다”고 목청을 돋웠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은 2020년 8개 주에서 수천만 명의 유권자 데이터가 중국에 의해 매수되거나 도난·해킹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를 울려야 할 책임이 있던 그들이 오히려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고 숨겼다”며 “그들은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고, 우리가 아는 한 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 ‘미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라고만 계속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유권자 정보 유출 외 기업과 언론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도 보고서에 담겼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인맥을 활용해 미 대기업들을 움직이고, 미 기업 지도자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도록 시도했다”며 “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미 언론인들을 찾아내 큰돈을 주고 더 부정적인 기사를 쓰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국은 바이든을 위한 불법 투표용지 제조 시도까지 했다”며 미 연방수사국(FBI)은 2020년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덮었다고 비난했다. 또 “(정보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적성국들, 최소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그리고 비국가 집단까지도 미 선거 인프라를 손상시킬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의 연설 내용은 미 선거시스템이 외국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중국의 개입 의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2020년 대선 당시 실제 득표수가 변경됐거나 전자투표기가 조작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얼타임(실시간) 팩트체크 팀을 가동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2020년 대선이나 다른 최근 선거에서 외국 세력이 투표 과정에 개입했거나 종이 투표용지를 이용한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공개적인 증거는 그 어떤 것도 없다”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며 오늘 밤 모두가 시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 AP/뉴시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 온 부정선거 음모론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투표 전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우편 투표는 제한된다. 민주당 측은 선거법 개정이 “선거율을 떨어뜨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그의 연설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이번에 공개되는 기밀 보고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 우리는 이전까지 기밀이었던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와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생성 시기는 2020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다. 일각에서는 하원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전망되는 11월 중간선거를 석 달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의 정당성을 벌써부터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선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곧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이번 연설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