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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퇴근길’ 부활 조짐…공연 제작사는 ‘난감’


입력 2022.12.07 14:43 수정 2022.12.07 14: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유명 뮤지컬 배우 퇴근길 진행에 민원 잇따라

배우·소속사·팬덤, 자체적 퇴근길 제한 공지도

코로나19 대유행, 즉 팬데믹 이후 공연계에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했다. 그 중 하나가 ‘퇴근길’이다. 퇴근길은 공연을 본 관객이 배우를 기다렸다가 사인을 받거나 짧은 만남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다. 코로나19 이후엔 사실상 전면 중단됐던 퇴근길이 최근 다시 부활하려는 조짐이다. 이미 일부 배우와 팬덤은 퇴근길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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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은 통상적으로 공연 제작사나 홍보대행사가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퇴근길은 오로지 배우와 팬들의 의지로 진행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소속사와 제작사 측이 진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사실상 2년 여간 열리지 않았던 셈이다.


퇴근길 문화가 다시 시작된 건 최근의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도 코로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엔데믹 시대에 축구 거리응원도 하고, 술집도 자유롭게 다니는데 퇴근길만 안 될 이유가 있냐”고 말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엔데믹은 ‘끝’(The End)의 의미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엔데믹은 감염병이 어떤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유행하는 걸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한 인기 뮤지컬에 출연한 배우가 공연이 끝난 후 퇴근길을 진행했는데, 공연장 앞에 몰린 인파로 다른 관객들은 물론 앞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통행에 문제를 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닌데, 특별한 통제 없는 다수의 모임이 불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면서 최근 일부 배우와 소속사, 그리고 팬덤 사이에선 퇴근길 제한 공지를 자체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출연 중인 배우 박강현의 팬카페에도 이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에는 공연장 입구나 주차장 근처에서 배우를 기다리는 행동이나 선물 전달, 사진 촬영, 사인 요청 등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돌 그룹 SF9 멤버이자 뮤지컬 ‘인간의 법정’에 출연 중인 배우 유태양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도 “지속적인 출퇴근 기다림으로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고, 최재림의 소속사 포킥스엔터테인먼트도 “코로나19 확산에 다라 공연 퇴근길을 진행하지 않으며 팬 여러분의 마음만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뮤지컬 ‘삼총사’에 출연 중인 배우 렌의 소속사 빅플래닛메이트엔터는 아티스트의 차량 접근 및 진로 방해, 이동 경로에 따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 또는 신체적 접촉 시도, 진로 방해, 아티스트에게 사전 협의되지 않은 선물 전달 등을 제한하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하면 경고 또는 블랙리스트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두기도 했다.


혹자는 팬데믹 때처럼 공연 제작사가 제한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제작사는 ‘자제 요청’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퇴근길을 진행하지 않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배우와 팬들의 자발적 의지가 컸다. 애초에 퇴근길은 제작사가 ‘강제’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되냐’는 식의 접근은 지양하고, 성숙한 공연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한 공연 관계자 역시 “아직 공연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음식물 섭최를 제한하는 등 혹시 모를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도 공연장에서는 물론 퇴근길 자제 요청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일부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배우를 기다리거나 돌발행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민원 때문에 난감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제작사에서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만큼 소속사나 제작사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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