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정상이 더 많은데 벌금 최고액…오세훈 1심 양형 적정성 논란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7.27 06:00  수정 2026.07.27 06:00

유리한 정상 8개 인정에도 최고액 벌금형…재량권 행사 적절성 도마

법조계 "이번 사안이 처단형 중 최상한 채택할 만큼 죄질 안 좋은진 의문"

"항소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성립 여부 자체에 대해 다시 판단할 가능성"

"죄질과 형량 사이 균형 타당한지 엄격하게 재검토할 필요 있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서 열린 '강뉴합창단-서울시예술단 문화교류 공연'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1심 법원이 법정 최고 벌금형인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양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 시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시장직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양형기준이 없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최고 벌금형을 선택한 재판부의 양형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행법에 따라 오 시장은 이 사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고,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경우 직에서 물러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총 10회(공표 3회·비공표 7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비서실장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3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의뢰부터 시행까지 모두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명씨 상의하에 이뤄졌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항소심 재판부가 단순히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양형의 적정성도 함께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달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별도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관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된다. 이번 사건의 처단형 범위 역시 벌금 5만원부터 1000만원까지였으며, 1심 재판부는 이 중 최고액을 선택했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재판부는 또 판결문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8가지와 불리한 정상 4가지를 각각 적시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범행이라는 점 ▲실행 기간이 약 한 달로 비교적 짧았던 점 ▲이후 관련 인물과 직접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않은 점 ▲적극적인 여론조작 지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불리한 정상으로는 정치자금법 취지를 잘 알면서도 범행을 주도한 점과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등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리한 정상참작 사유를 다수 인정하면서도 처단형의 최상단인 법정 최고 벌금형을 선택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대법원 양형기준이 부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선고 내용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과연 이 사안이 처단형 중 최상한을 채택할 만큼 죄질이 안 좋거나 엄벌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오 시장 측에서 주장한 것처럼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걸 곧바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도 의문"이라며 "우선 항소심 법원이 위 점에 대해서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명태균 여론조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는지 자체에 대해서 다시 판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선거범죄나 뇌물죄 등과 달리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일부 유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명확한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양형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법관의 재량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판결의 예견 가능성과 균형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인정됐음에도 법정형의 상한선에 근접한 형을 선고했다면, 재판부의 재량권 남용이나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가 주요 항소 이유가 될 수 있다"며 "항소심에서는 하급심 재판부가 양형 재량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정상이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 그리고 죄질과 형량 사이의 균형이 타당한지를 엄격하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 벌금형이 선택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재량권 행사가 비례원칙에 부합했는지와 최고액 선고의 구체적인 근거가 충분했는지를 보다 엄격하게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범행 시점과 선거 시점의 간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판결의 유죄 인정 범행은 2021년 초 이뤄졌지만, 오 시장은 이후 지방선거를 통해 두 번이나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약 5년도 지난 사안을 근거로 최근 선거에서 확인된 민의를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는 양형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판사 개인의 양형 재량이 서울시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