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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박제영상③] “최소한의 정보제공 필요” vs “제작사의 마케팅 수단일 뿐”


입력 2022.09.11 11:01 수정 2022.09.10 01: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고가의 뮤지컬 티켓, 박제영상이 사전 정보제공 역할할까

제작사 측 "원작자·출연진 동의 구하기 어려워"

뮤지컬 박제영상 제공 여부를 둔 제작사와 관객들의 의견 충돌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관객들은 정보제공, 팬 서비스를 이유로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받길 원한다. 반면 제작사에선 원작자와 출연 배우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팬들의 요구처럼 충분한 콘텐츠 제공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두 공연 관계자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제작사와 관객들 두 집단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각각의 인터뷰를 토론 형식으로 편집했다. 뮤지컬 배우 겸 뮤지컬 전문 유튜버 전병준 씨(이하 ‘전’)가 관객들의 입장을, 현재 서울의 대형 공연장의 공연기획팀에서 근무 중인 임정호(가명·이하 ‘임’) 씨가 제작사의 입장을 대변해 토론자로 나섰다.


ⓒ뉴시스 ⓒ뉴시스

-박제 영상이 실제 작품의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티켓 파워를 제외하면 오늘날 뮤지컬 흥행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뮤지컬을 보는 기준이 입소문, 티비 광고 위주였다면 그 역할이 모두 유튜브로 넘어와서 유튜브 영상과 그 영상의 댓글들로 대체 됐다고 생각합니다.


임) 작품의 흥행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니아 관객이 시장을 지지해주는 가장 큰 원동력인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일반 관객이 박제 영상을 통해 매표로 유입되는 빈도는 높지 않다고 봅니다.


-몇몇 제작사를 제외하곤, 과거에 비해 오히려 박제 영상이 더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뮤지컬계에서도 영상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임) 공연은 현장성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물론, NT Live나 극장에서 상연되는 해외 유명 오페라 축제,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콘텐츠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매출이 높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으나 우리 뮤지컬의 경우에는 아직 경제성이 높지 않아 공연 제작사에서도 시장을 키워가기 위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수준이죠.


-뮤지컬은 타 장르에 비해 티켓이 매우 고가입니다. 초연 작품, 혹은 기존 작품의 뉴캐스트가 있는 경우 정보 없이 관극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 면에선 뮤지컬 영상 박제가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할 순 없을까요?


임)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은 필수재의 성격이라기 보단 사치재에 가깝습니다. 물론 요즘 각 자치단체별로 문화재단의 설립 및 공연장의 건립을 통해 공연에 대한 접근성이 가까워지긴 했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노동집약적이고 상업 장르이기 때문에 티켓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때문에 관객들도 생경한 작품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거나 소위 ‘인스타그램’에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서 보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다 마케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캐스팅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죠. ‘어떤 넘버가 좋아’라고 얘기하는 것과 ‘누가 나오는 뮤지컬이야’라고 하는 더 효과적인 상황이니까요. ‘박제’는 특정 팬들을 위한 마케팅에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공연에 대한 마케팅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박제 영상의 조회수가 높은 작품은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예를 들어 홍광호 배우가 부른 뮤지컬 ‘데스노트’의 넘버 ‘데스노트’ 영상은 뮤지컬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1000만뷰가 넘었고 지금도 최다 조회수 영상으로 꼽히죠. 실제로 올해 홍광호 배우의 ‘데스노트’ 공연은 전석 매진이 됐죠. 사람들이 초연 박제 영상을 보고 기대에 차서 ‘꼭 봐야지’라고 몇 년을 기다렸다가 이번에 예매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 번 관객할 때마다 약 15만원가량을 써야하는데 어떻게 공연 정보 페이지 몇 장, 캐스팅만으로 예매를 할 수 있을까요. 내 취향인 넘버는 있는지, 극의 분위기는 어떤지, 무대와 의상은 어떤지 정보가 있어야 흥미가 동하고 티켓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시장은 ‘회전문 관객’에 의해 돌아간다고도 말합니다. 마니아 팬들에 대한 그런 마니아 팬들에게 팬서비스 개념으로 영상 박제를 해준다면 팬덤이 더 단단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 새로운 뮤지컬 팬들 유입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임) 작품에 대한 마케팅을 하는 기획사, 그리고 아티스트가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작품의 마케팅을 위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팬덤 확장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인 것 같습니다. 또한 뮤지컬 수요층이 얇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일반 관객들이 뮤지컬 핵심 관객으로 흡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상을 통한 마케팅보다는 티켓 가격을 낮춰 일반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전) 티켓 가격을 낮추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팬덤을 형성하는데 박제 영상만한 게 있을까요?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영업하고, 이런 과정으로 팬덤이 확장되고 공고해지는 거라고 봅니다. 내 본진의 모습을 보여줄 영상이 별로 없다면 어디가서 ‘내 본진이야!’하고 보여줄 수 없죠. 서경수, 최재림, 강홍석 같은 배우들은 ‘썸씽로튼’ ‘킹키부츠’ 등 극의 박제 영상들로 많은 팬들이 유입된 경우죠. 특히나 ‘썸씽로튼’ 같은 경우는 작품이 끝났음에도 서경수 배우가 부른 넘버 ‘hard to be the bard’ 영상은 유튜브, 인스타, 틱톡 등에서 출근할 때 들으면 좋은 노래로 계속 재생산되고 있고요.


-제작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이미 흥행한 작품 즉, 킬링 콘텐츠가 있는 경우엔 영상 제작이 오히려 제작비 낭비가 될 수도 있죠. 저작권 문제에서도 원작자, 배우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요.


임)바로 그겁니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흥행이 보증된 콘텐츠라면 굳이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할 필요성은 적어지죠. 다만 지금의 경우처럼 팬서비스 차원에서 약간의 영상을 제작, 비용을 투입하는 차원인거죠.


전) 그 ‘약간’의 영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뮤지컬이 흥행해도 꾸준히 새로운 관객이 오지 않으면 위험하죠. 회전문 관객들이야 돈과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관극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한 번 보고 끝인 경우가 많아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흥행이 지속되고 다음 시즌 때도 흥행이 되려면 영상 박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팬들 사이에선 신시컴퍼니, CJ ENM(씨뮤) 채널에 대한 호평이 많아요. 영상 박제가 가장 활발한 제작사이기 때문이죠. 다른 제작사와 이들 제작사의 차이는 뭘까요?


임) 각사의 방향성과 마케팅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일 뿐입니다.


전) 두 제작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작사가 박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상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작품을 관극할 수 있는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있는데 굳이 추가로 제작비를 들여 박제 영상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거죠. 한 예로 박효신 배우가 출연한 작품의 공식 공연 박제 영상이 있나요? 오히려 노출을 줄여서 희귀성을 높이는 게 더 효과가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박제 영상이 ‘필요하다’는 관객, ‘각자의 재량’이라는 제작사. 둘 중 누가 맞고 틀리다고 말하긴 힘든 상황이죠. 두 집단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전)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게 제작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사는 공연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객은 그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과거 브라운관 광고가 중심이던 시대에서 유튜브, 모바일, SNS의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로 관객의 잠재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야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더 많은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고, 기존 뮤지컬 팬분들의 만족도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대는 빠르게 흘러가 모두가 변화하고 있는데 뮤지컬 제작사는 그 속도를 못 쫓아오고 있는 느낌이에요. 만약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관객과 소통해서 박제가 어려운 이유, 원하는 걸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줘야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좋지만, 제작사는 영리 기업이죠. 경제성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OTT와 온라인 플랫폼의 확장은 공간에 대한 제약을 해소하고 공연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됨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이 뮤지컬 제작사에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자연스럽게 영상화된 뮤지컬 작품은 확장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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