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장에 "판사가 연루됐으면 '영장 제대로 발부해라' 이렇게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노경필, 개별 사건 관여 불가 강조…서영교는 엄정 대응 취지 설명
법조계 "영장 발부·기각 지시하거나 당부할 권한 없어"
사법행정 감독권과 개별 재판 판단 구분…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증인 출석요구서를 들어올리며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귀연 판사의 술접대 의혹 수사를 거론하며 법원행정처장에게 "판사가 연루됐으면 '영장 제대로 발부해라' 이렇게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서 위원장은 법관 비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비위 감독을 이유로 개별 영장 심사에 관여하도록 요구한 것은 재판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은 지난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의 술접대 의혹을 수사하며 청구한 금융계좌 영장과 사무실·주거지 압수수색 영장 등이 총 4차례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노 처장은 서 위원장의 발언에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하시기를 바라시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는 개별 사건에 관여할 수 없고, 대법원장 역시 개별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서 위원장은 재판 관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 내부의 판사에게 더욱 엄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관 비위에 대한 대응과 개별 사건의 영장 심사는 별개의 문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조사를 행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김태규 의원의 질의와 관련해 서영교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개별 사건을 판단하는 법관의 독립성은 헌법상 보장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조직법 제9조에 따른 대법원장의 지휘·감독권도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것이다. 이 권한의 일부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의 영장 발부 여부는 담당 법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특정 사건을 심리 중인 영장전담판사에게 영장 발부·기각을 지시하거나 당부할 권한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행정권이 인사·예산·시설 등 법원의 행정적 사무에 관한 권한일 뿐, 구체적인 재판 내용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아무리 엄정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라 하더라도, 사법행정권자에게 사법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주라는 식의 발언이므로 헌법상 사법권 독립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법관은 독립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재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법관 비위에 책임을 묻는 절차는 별도로 마련돼 있다. 법관징계법 제2조는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직무 태만, 품위 손상이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등을 징계 사유로 정한다. 비위에 대한 조사·징계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것과 영장 발부 방향에 관여하도록 주문하는 것은 구분되는 사안이다.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이날 국감에서 지 부장판사의 두 차례 술접대 의혹이 모두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징계 절차에 대해서는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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