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앙리 B 카강(왼쪽) 전 프랑스 파리쉬드대 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 ⓒ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오른손과 왼손처럼 생명체에서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두 형태로 존재하는 화학물질 중 한쪽 거울상만 발견되는 이유를 밝혀낸 프랑스와 일본 과학자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202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현상’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은 앙리 B 카강(95) 프랑스 파리쉬드대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76)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원)는 두 사람이 나눠 갖는다. 특히 일본은 2년 연속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가 금속유기골격체(MOF)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소아이 교수는 일본인으로는 열 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카강 교수는 역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두 번째로 고령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수상 당시 최고령자는 201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던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로 97세였다.
아미노산과 같은 생명체 내의 일부 분자는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부른다. 오른손과 왼손처럼 구성물질은 같지만 연결관계가 다른 성질을 '키랄성'이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이런 분자를 만들면 보통 두 형태가 비슷한 양으로 생긴다. 하지만 두 분자는 인체에서 서로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약을 만들 때 이 같은 비대칭 거울상 분자 중 한쪽은 원하는 치료 효과를 내지만 다른 한쪽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체에서 두 가지 형태의 키랄성 화학물질 가운데 한쪽 거울상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화학적 비대칭성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었는지는 오랫동안 화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다. 카강 교수는 1986년 촉매의 작은 비대칭이 생성물에서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촉매와 생성물의 비대칭 정도가 단순히 비례하지 않는 ‘비선형 효과’였다. 이를 이용하면 원하는 거울상 분자가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반응을 설계할 수 있다. 소아이 교수는 반응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다시 촉매가 돼 같은 물질을 더 만드는 ‘자기 촉매’ 반응을 개발해 한 발 더 나아갔다.
1995년에는 한쪽 분자가 2% 더 많던 상태가 87%까지 커지는 반응을 발표했고, 2003년에는 처음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한쪽 분자만 만들어지는 반응을 구현했다. 의약품처럼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는 분자를 개발할 때는 두 키랄성 화학물질 가운데 한쪽만 원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한쪽 화학물질만 생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자료: 노벨위원회/연합뉴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의 연구가 생명체가 왜 한쪽 방향의 분자만 사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고, 의약품·향료·농약·신소재 제조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너 링케 노벨 화학상 위원장은 “이들이 개발한 화학 반응은 경이롭다”며 “100년 넘은 화학의 수수께끼에 해법을 제시했다”며 고 강조했다.
올해 노벨상은 8일 문학상과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이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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