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긴급현안질의서 재제청 거부 경위 추궁
'조희대 격노설'에 노경필 "그런 적 없어" 반박
與박균택 "조희대 헌법 위반…탄핵 사유"
"사법부와 기싸움, 지지율 하락 국면에 좋지 않아"
조희대 대법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 거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조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일방 채택한 데 반발해 긴급 현안 질의에 앞서 퇴장했고, 민주당은 현안 질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탄핵 사유'까지 거론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조희대 격노설'에 대해서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그런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탄핵론과 국정감사 증인 채택으로까지 번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만큼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남은 임기 내내 당정과 대법원 간 대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청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부와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감지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대법원을 상대로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하지 않았고 노경필 처장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다만 긴급 현안 질의에 앞서 법사위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발했고, 의결 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노 처장을 상대로 "임명권자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임명을 못 하겠으니 재제청하라는 것은 임명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과거에는 대통령을 자기가 뽑으려고 했고, 이번에는 대법관을 자기가 임명하려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헌법정신 위반이 아니라 헌법 104조 2항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 아니냐"고도 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 침해 문제로 규정하면서 이날 질의는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정치적 공방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을 둘러싼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안팎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긴급 현안 질의까지 진행한 만큼 조만간 당 차원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2차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법원행정처의 내부 검토 과정이다. 앞서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법원행정처가 재제청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조 대법원장이 격노하면서 기존 제청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거부 의견으로 다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노 처장은 이날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노 처장은 박균택 의원이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의견에 화를 내며 거부 입장을 고수한 것 아니냐고 묻자 "대법원장께서 저에게 격노하신 적은 없다. 화를 내신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법원행정처에서 어떠한 특정한 의견을 대법원장께 보고드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같은 취지로 재차 질문했을 때도 노 처장은 "아니다. 그런 적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다만 노 처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여러 의견을 검토했으며, 재제청하는 방안도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자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취지로도 설명했다. 대통령이 기존 제청을 반려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존 제청을 유지하면서 대법원장에게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처장은 후자의 경우 헌법적 근거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부 사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공세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다고 맞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부르려는 데 반발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적 근거와 사유도 없는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었다는 점이 먼저 규명돼야 한다는 취지다.
법사위는 이날 조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채택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경위와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거론하며 조 대법원장을 직접 불러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사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만큼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당정과 대법원 간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여서 지금 재제청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 내내 당정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다만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당이 사법부와 기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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