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지 관철 위해 국민 뜻 무시하는 게 여당 역할인가
'김승원 아웃' 외치는 민심…메신저 '한동훈 아웃'으로 왜곡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국무총리).ⓒ뉴시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를 지켜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던진 말입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은 일주일 뒤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결국 다음날 김 후보자가 사퇴했습니다.
그동안 김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김민석 대표와 민주당의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오빠 게이트’로 불리게 된 식약처 로비 의혹을 비롯, 그를 둘러싼 각종 논란들을 아무 일도 아닌 양 치부했고, 오히려 오빠 게이트를 연 메신저인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향해 포화를 집중했습니다.
인사청문회에는 증인·참고인 채택을 원천 봉쇄해 야당의 검증 시도를 무력화했습니다. 청문회장에서는 검증은 뒷전이고 김 후보자를 감싸기에 급급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그래 놓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하나를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켜냈다고 뿌듯해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런 사람들을 믿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이 갑자기 불쌍해집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은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입니다. 여와 야의 모음(母音) 모양에서도 볼 수 있듯 여당은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조건 딸랑거리며 거수기 역할만 하란 얘긴 아닙니다. 민심을 살피고 그걸 바탕으로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어긋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때로는 제동을 걸고, 때로는 방향타의 오차를 수정해 주는 것도 여당의 역할입니다.
김민석 대표의 발언을 돌이켜보면 그가 제대로 된 여당 대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는 김승원 후보 낙마의 트리거 역할을 한 한동훈 의원을 공격하며 “한 의원에 의한 공세는 있었지만 결국 거품은 걷히고 본질,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의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이 국민적으로도 높아지고 있다. 제가 굳이 아웃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국민 판단에서는 이미 아웃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뉴시스
그의 말은 단 하나도 들어맞은 게 없습니다. 김승원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거품이 아니었고, 결국 그는 낙마했습니다. 국민 중 일부는 한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메신저를 향한 공격보다 메시지에 공감했습니다. 그게 김 후보의 임명에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김 후보자의 낙마 이후에도 한 의원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김 후보자 본인도 사퇴의 변 말미에 “한동훈의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집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뒤끝을 보였습니다.
‘국민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일을 한동훈이 들춰냈다’는 게 한 의원을 향한 그들의 적개심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은 오히려 ‘한동훈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착입니다.
김민석 대표는 19일 오전, 그러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와 김 후보자의 사퇴 발표 이전의 시점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제 부족함이, 저희의 부족함이 뼈아파 울컥한다”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그 이상 뛰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뛴 대통령의 1년이었다. 저희의 부족이다”면서 “초심으로 이를 악물고 반드시 성공하는 역사적 정부를 만들어 국민의 더 나은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여기서 ‘부족함에 울컥한다’는 말이 민심을 읽는 능력이 부족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직언을 못 한 게 안타깝다는 것인지, 우매한 국민을 깨우쳐 대통령의 뜻을 관철 시키는 강압적인 힘이 부족한 게 안타깝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전자(前者)의 의미길 바라겠습니다. 후자(候者)의 의미라면 ‘이를 악물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그의 각오가 국민에겐 재앙이 됩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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