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브랜드·운영력”…조선·롯데·신라, 위탁운영 경쟁 본격화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10.07 07:33  수정 2026.10.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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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경량화 본격화…“리스크 축소”

투자 부담 줄이고 운영수수료 확보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기업은 이미 수수료 중심 성장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역 로비ⓒ조선호텔앤리조트

국내 호텔업계가 부동산을 직접 확보하는 대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는 ‘위탁운영’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호텔 건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업장을 늘릴 수 있는 데다 사업 리스크를 낮추면서 운영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근 2030년까지 신규 위탁운영 호텔 5곳을 추가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 청라와 대전 유성에서 위탁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사업장을 확보해 총 9개 호텔에서 14개까지 몸집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위탁운영은 호텔 자산을 소유한 사업자가 전문 호텔회사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호텔사는 직접 토지와 건물을 확보하지 않고 브랜드와 예약망, 인력 관리와 서비스 등 호텔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기본 운영 수수료와 실적에 따른 성과 연동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조선호텔이 위탁운영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호텔업의 핵심 경쟁력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투자 부담은 낮추면서 사업 리스크는 줄이고 운영 역량을 활용해 종합 호스피탈리티 기업으로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사업장도 위탁운영 구조로 바꾸고 있다. 일례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과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는 올해 1월 장기임차 방식에서 위탁운영 방식으로 전환됐다. 그랜드 조선 제주도 지난 4월 기존 책임임대차에서 매출 연동형 위탁운영 방식으로 변경했다.


L7 광명 바이 롯데호텔 전경ⓒ롯데호텔앤리조트

롯데호텔 역시 위탁운영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3년 우즈베키스탄에 문을 연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 팰리스’를 시작으로 롯데호텔 양곤과 사마라, 시애틀,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바이 롯데 등으로 위탁운영 사업장을 늘렸다.


국내에서는 2024년 문을 연 ‘롯데호텔앤리조트 김해’를 시작으로 위탁운영을 확대했다. 올해는 ‘L7 충장 바이 롯데호텔’과 ‘브리브 광주 바이 롯데호텔’, ‘L7 광명 바이 롯데호텔’까지 위탁운영 방식으로 추가하며 국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올해 3월에는 호텔 운영 전문 자회사 ‘롯데호텔HM’을 출범시키며 사업 전문화에 나섰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브랜드 전략과 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롯데호텔HM이 인력 운영과 시스템 구축, 마케팅 등 호텔 운영 전반을 맡는 구조다.


앞서 호텔신라는 국내 호텔업계에서 비교적 일찍 해외 위탁운영 경험을 쌓았다. 2006년 중국 쑤저우 ‘진지레이크 신라호텔’의 운영을 맡으며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해외 호텔 위탁경영에 나섰다. 당시에는 신라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호텔 운영만 맡았다.


이후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해외 확장으로 범위를 넓혔다. 2019년 베트남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는 호텔 설계와 디자인부터 브랜드, 운영까지 맡았고 올해 4월에는 중국에 ‘신라스테이 옌청’을 열며 신라스테이 브랜드도 처음 해외에 진출시켰다.


해외에서 위탁운영 경험을 쌓은 호텔신라는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2013년 출범한 신라스테이는 초기 임차운영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늘렸지만 2021년 신라스테이 서부산을 시작으로 위탁운영 방식을 본격 도입했다.


이어 2022년 신라스테이 여수를 비롯해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와 신라스테이 전주로 사업장을 넓혔고 올해 7월 개관한 신라모노그램 강릉에도 위탁운영 방식을 적용했다. 위탁운영 모델을 신라스테이에서 상위 브랜드로 확장한 셈이다.


임차운영은 호텔사가 건물을 빌려 직접 영업하고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위탁운영은 자산 소유주가 호텔 사업을 맡고 호텔사는 운영 전반을 담당한 뒤 수수료를 받는다. 위탁운영은 임차운영보다 고정비와 영업 부진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신라스테이 옌청 전경ⓒ호텔신라

이처럼 특급호텔 3사의 위탁운영 확대는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일찌감치 구축해온 성장 모델과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다. 메리어트는 호텔 운영과 브랜드 제공을 통해 전 세계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실제로 메리어트는 일찌감치 자산경량화 전략을 택했다. 2011년 기준 전체 호텔의 99%가 장기 위탁운영 또는 프랜차이즈 계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프랜차이즈와 기본·성과 연동 운영 수수료를 합친 수수료 매출은 30억1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6% 증가했다.


국내 호텔업계도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외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탁운영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을 직접 개발하려면 토지 매입부터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주요 상권에서는 호텔 부지 확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위탁운영은 호텔사가 부동산 투자 부담 없이 기존 브랜드와 예약망,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장을 확대할 수 있다. 자산 소유주 역시 별도의 운영 조직을 구축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객실 판매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자산의 수익성과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결국 호텔사의 경쟁 영역도 부동산 자체에서 운영 역량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접 호텔을 소유하는 전통적인 사업 방식과 함께 이미 쌓아놓은 브랜드와 서비스, 예약망을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 확장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성장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늘어난 방한 외국인 증가 등에 따른 호텔 시장 위탁 운영에 뛰어든 배경으로 손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1∼8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인 150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6% 증가했다.


다만 업계의 전략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호텔신라는 위탁운영을 국내외 브랜드 확장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롯데호텔은 별도 운영 전문회사까지 만들어 사업을 전문화하고 있다. 조선호텔은 기존 임차 사업장의 운영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신규 위탁호텔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은 초기 투자비가 큰 산업인 만큼 위탁운영은 자산 부담을 낮추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호텔을 직접 보유하느냐보다 브랜드와 운영 역량을 얼마나 다양한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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