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분기 영업익 전망 180조원 안팎
HBM이 D램 캐파 잠식…마이크론은 2027년 생산능력 75% 선판매
-장기계약·선입금 확산에 메모리 '가격 협상'보다 '물량 확보' 경쟁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도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SK하이닉스도 70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한 분기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만 18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단순한 실적 신기록보다 눈에 띄는 것은 메모리 시장의 달라진 거래 방식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까지 공급이 빠듯해지자 고객들이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수년 뒤 필요한 물량을 먼저 확보하는 데 나서고 있다. 장기공급계약과 현금 예치가 급증하면서 과거 가격 상승과 증설, 공급과잉을 반복하던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0조2803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78조577억원으로 예상됐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88조338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분기 89조4924억원보다 약 23%, SK하이닉스는 60조5426억원보다 약 29% 증가하는 수준이다.
증권사별 전망에는 다소 편차가 있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101조7000억원으로 내다봤고,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 104조원·SK하이닉스 70조원으로 예상했다. BNK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 108조5000억원, SK하이닉스 72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메모리 가격 상승 폭 둔화 등을 반영한 보수적인 추정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100조원대, SK하이닉스의 80조원대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전망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실적을 끌어올리는 중심은 단연 메모리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데다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모바일·PC용 범용 D램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내놓은 실적은 이런 공급자 우위 시장이 실제 계약 구조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5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보다 30.8%, 전년 동기보다 약 4.8배 증가했다. GAAP 기준 영업이익은 437억5000만달러로 영업이익률이 80.7%에 달했다. 매출 100달러 가운데 약 81달러가 영업이익으로 남은 셈이다. AI 데이터센터용 HBM과 서버 D램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업체의 수익성이 이례적인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음 분기 전망도 강하다. 마이크론은 2027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615억달러±15억달러로 제시했다. 비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38.15달러±1달러다. 비GAAP 매출총이익률도 약 86.25%로 예상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에도 높은 가격과 수익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회사가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 규모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고객들의 물량 확보 방식이다. 마이크론 고객들이 장기공급계약과 관련해 약정한 금융 규모는 지난 6월 220억달러에서 최근 320억달러로 한 분기 만에 100억달러 늘었다. 상당 부분은 현금 예치 형태다. 향후 메모리 가격 하락을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고객이 자금을 선제적으로 묶고 있다는 의미다.
계약의 장기화도 뚜렷하다. 이미 계약됐지만 아직 납품하지 않은 잔여 수행의무(RPO)는 약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마이크론이 향후 수년간 공급할 물량과 가격 조건을 상당 부분 미리 확보했다는 뜻으로, 과거 분기 단위 가격 협상 중심이던 메모리 거래 방식과 차이가 있다.
마이크론은 2027 회계연도 생산능력의 약 75%가 이미 고객과의 장기계약 및 약정으로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고객들과의 협의도 2028년 물량으로 넘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보다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과 2028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이 올해보다 더 빠듯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생산시설이 가동되더라도 의미 있는 공급 증가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공급 확대 속도를 당분간 앞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같은 수급 환경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까지 제약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태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기업설명회에서 HBM이 글로벌 D램 업계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20%에서 2027년 약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HBM과 일반 D램이 같은 웨이퍼 생산능력을 공유하는 만큼 HBM 생산을 확대할수록 범용 D램 공급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과거 메모리 호황과 다른 흐름을 만드는 요인이다. 기존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증설에 나섰고, 늘어난 공급이 다시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HBM이 기존 D램 생산능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데다 고객들도 장기계약을 통해 수년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의 높은 수익성을 누리는 동시에 HBM4 공급을 확대하면서 HBM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80%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한다.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HBM 판매 확대가 동시에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선두 지위를 바탕으로 서버 D램과 기업용 SSD까지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수요를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HBM4 공급 확대와 장기공급계약이 향후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높은 실적 기대에 대한 경계감도 있다. 3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낮아진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 폭도 2분기보다 둔화됐다. 일부 증권사는 이런 요인을 반영해 최근 양사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급등한 메모리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탑재량을 조절할 가능성도 중장기 변수로 거론된다.
메모리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도 향후 수급을 좌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신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현재의 공급자 우위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에 쏠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고 2027년 이후에도 타이트한 수급 전망을 재확인할 경우, AI가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단순 가격 급등을 넘어 장기 물량 확보 경쟁으로 전환됐다는 평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7~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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