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알래스카 LNG'에 500억 弗 투자"
'상업적 합리성' 미확보에 與 내부도 '술렁'
권칠승 "지속 검토" 한정애 "미국 측 입장"
美중간선거용 지적에 "당, 정부와 맞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대미투자 자금 중 500억 달러를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에 투입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사업적 합리성이 담보 되지 않은 사업인 만큼 추가 검토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미 전략 투자 프로젝트 공식 발표에 대해 "텍사스 가스 복합 화력 발전을 선정했으며 미국 내 원전 건설은 사업 추진 기본 방향에 합의했고 알래스카 LNG 사업은 추후 지속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며 "정부는 후속 프로젝트 협의에서도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이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상원의원 등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과 체결한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 달러(약 27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75조원) 규모 대미투자의 첫 프로젝트 발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앞서 밝혀진대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223억 달러·약 30조원)이 포함됐다. 이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1호로 보고한 사업이다. 여야는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가 합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원전 8기 건설(1200억 달러·약 163조원)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까지 이번 발표에 포함됐단 점이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한국이 500억 달러(약 68조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 중 가장 큰 우려가 감지되는 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그 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막대한 초기 투자비에 비해 사업성이 낮은 대표적인 고위험 사업으로 꼽아왔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달 22일 사전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LNG의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직접 언급했을 뿐 아니라, 이날 진행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권칠승(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한정애 사무총장이 9월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주장을 관통하는 문장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정애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당 재정경제위원회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해 질문이 있지만 대미투자의 판단 기준은 상업적 합리성"이라며 "미국 정부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구조를 제안해야 하고 우리 정부도 상업적 합리성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규모 화석연료 인프라를 30년 이상 운영하는 것의 환경적·세대 간 영향이 미국 현지에서도 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알래스카 LNG 투자) 사업 검토 시에 꼭 함께 살펴봐야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에 대해서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라 '경제적 합리성' 검토의 기회가 꼭 있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정부 얘기를 보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들이 발표에 섞인 것 같아 무슨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알래스카 LNG 자체에 대한 우려는 계속 있어왔지 않나. 이 우려부터 해결해야 국민들에게 납득이 되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실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충분한 논의나 동의 없이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운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라면 이재명 정부의 외교 참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만약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마치고도 지난달 22일 국회에 단순 '검토 단계'라고 보고한 것이라면 국민과 국회를 기만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 산중위·재경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정되지도 않은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계획이 동맹국 최고 지도자의 입을 통해 기정사실로 발표되는 참담한 상황 앞에서 정부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의 심각한 외교 참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다른 이유로 인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를 두고 선거용으로 이번 발표를 활용됐단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외교·통상적인 면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면에서도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는 지적에서다. 알래스카는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13.1%p 차이로 꺾은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접전이 벌어지는 경합지역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 자리에 알래스카 공화당 정치인을 대동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이익이 미국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미 관계에만 영향이 있는 게 아니라 한중, 미중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당 차원에서 정부와 제대로 손발을 맞춰서 혹시 모를 우리나라의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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