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에서 주역으로, 박진주가 쓴 반전 드라마 [D:PICK]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03 11:16  수정 2026.10.03 11:17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뮤지컬 '겨울왕국' 안나 역으로 대극장 주연 안착

탄탄한 가창력과 연기 내공으로 증명한 확장성

배우 박진주가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의 안나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이 작품에서, 그는 굳게 닫힌 언니 엘사의 방문을 끝내 두드리는 동생 안나를 맡았다. 캐스팅 발표 전부터 관객들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되던 배역이다.


안나는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실제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엘사가 자신의 힘을 감추며 스스로를 가두는 동안, 극을 앞으로 밀고 가는 건 안나의 고집과 행동력이다. 박진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은 열린 문’ 같은 익숙한 넘버에서 특유의 활기를 살린다. 뮤지컬을 위해 새로 쓰인 ‘잃고 싶지 않아’에서는 언니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안나의 속내를 꺼내 보인다. 애니메이션 속 안나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배우 자신의 결을 덧입혔다는 평이 개막 직후부터 이어진 이유다.


ⓒ에스앤코

얼굴은 익숙해도 그를 ‘주인공’으로 떠올리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2011년 스크린 데뷔작 ‘써니’에서 걸쭉한 욕설을 쏟아내던 어린 진희로 눈도장을 찍은 뒤, 그는 주로 주인공 곁을 지켰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오간호사,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유승재, ‘그 해 우리는’의 이솔이가 그랬다. 분량은 짧아도 등장할 때마다 극의 공기를 바꾸는, 전형적인 신스틸러였다.


반전의 실마리는 노래였다. 2016년 ‘복면가왕’에서 가면 뒤의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증명했고, 뮤지컬 영화 ‘영웅’(2022)에서는 마진주 역으로 노래하는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같은 해 ‘놀면 뭐하니?’의 WSG워너비 활동은 그 목소리를 더 넓은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본격적인 무대 행보는 2023년 ‘레드북’에서 시작됐다. 10년 만에 오른 뮤지컬 무대이자 생애 첫 뮤지컬 주연이었다. 이후 ‘어쩌면 해피엔딩’의 헬퍼봇 클레어, ‘고스트 베이커리’ ‘라이카’로 창작 뮤지컬 주역 이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토니상 6관왕 이후 열린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은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놀면 뭐하니?’에서 하차한 뒤로는 연기와 무대 활동에 집중해 왔다.


ⓒ에스앤코

‘겨울왕국’은 창작 뮤지컬에서 다진 이력을 들고,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디즈니 라이선스 대작의 중심 배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선아·정유지·민경아(엘사 역), 홍금비·최지혜(안나 역)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도 지금 그가 서 있는 자리를 말해준다.


공교롭게도 박진주의 첫 뮤지컬 주연작 ‘레드북’의 주인공 이름도 안나였다. ‘숙녀’보다 ‘나’로 살고 싶다던 19세기 런던의 안나에서, 언니를 향해 문을 여는 아렌델의 안나까지. 조연의 자리에서 시작한 배우의 반전 드라마는 3년 만에 같은 이름의 두 주인공을 거쳐 대극장 한가운데에 닿았다. ‘겨울왕국’은 서울 공연을 마친 뒤 2027년 부산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