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떼어내는 상장 아니다…솔리다임, '쪼개기 상장'과 다른 이유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10.02 09:15  수정 2026.10.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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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주주가치가 최우선"

인텔서 인수한 낸드 법인…HBM 떼어내는 물적분할과 구조 달라

외부 자본으로 투자 부담 덜 가능성…"모회사 부담 덜고 환원 여력 커져"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솔리다임(Solidigm)에 필요한 투자금을 SK하이닉스가 모두 부담하는 것과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것 중 기존 주주에게 더 유리한 선택은 무엇일까.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설과 관련해 HBM·D램 등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 투자재원을 다변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부 자금으로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뒷받침하고 본사의 추가 출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약 150억달러의 자금조달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규모와 시기는 초기 단계로,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보도와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기존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자사 뉴스룸을 통해 이사회 차원의 검토와 주주 보호 방안 마련까지 약속했다. 일각의 '중복상장' 우려에 선제적으로 답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해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 "투자자가 산 건 HBM…LG화학 때와 본질 달라"


시장 전문가들과 증권가에서도 이번 사안은 과거 국내에서 문제가 된 중복상장과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복상장 논란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을 별도로 상장하면서, 배터리 성장에 따른 이익을 모회사 주주가 얼마나 누릴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솔리다임은 출발 구조가 다르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2021년 말 출범한 미국 법인이다. 기존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사업을 떼어내 만든 회사가 아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경제 기고에서 SK하이닉스 시장가치의 핵심은 D램과 HBM에 있다고 짚었다. 밖에서 사들인 사업인 만큼, 핵심 사업을 쪼개 상장하는 물적분할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최근 주가 조정도 솔리다임 상장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와 거시경제 변수가 겹친 만큼, 두 사건의 시점이 맞물렸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에 상장한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SK하이닉스 상장 광고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7조 적자 회사가 200조원 기업으로


특히 솔리다임은 한때 누적 적자가 7조원에 달해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AI다. 데이터센터 증설로 기업용 SSD(eSSD) 수요가 폭발하면서 솔리다임의 몸값도 뛰었다. 외신 등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외부 자본 유치를 검토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뉴스룸에서 "현재 재무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자체 자금 활용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자금이 있다는 사실이 곧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HBM, 서버용 D램, eSSD 등 여러 성장 영역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자본집약 산업인 만큼, 회사 전체의 자본 배분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취지다.


증권가 평가도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보고서에서 "미국 현지에서의 자금 조달과 설비 투자는 관세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대응"이라며 실익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솔리다임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면 SK하이닉스는 본사 차원의 추가 현금 투입 부담을 크게 던다.


◇"모회사 부담 줄고 주주 환원 여력은 커져"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8월 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SK하이닉스 모회사 지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모회사의 추가 재무 부담을 낮추고 후속 투자 재원을 확충하는 효과가 크다는 진단이다.


실제 자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성장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면 SK하이닉스는 본사 현금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순현금흐름(FCF)을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기존 주주를 위한 환원에 돌릴 여력이 오히려 넓어진다.


다만 박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SK하이닉스가 주도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 측이 약속한 대로 솔리다임 상장으로 얻는 실익이 SK하이닉스 기존 주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원되는지 투명한 메시지로 설득해 나가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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